xajrqfunyx: 3월 2012

2012년 3월 30일 금요일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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있었다.

그는 어느 기회에 친구를 통해 이성계의 문객(門客) 힌 홍(洪)이란 사람을 알게 되었다. 강은

홍과 가까이 하는 사이에 이성계의 생활 사정도 알게 되고 또는 경처(京妻)로서 미처녀(美處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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女)를 널리 구한다는 말도 듣게 되었다.

강윤성은 어느날 밤에 그의 부인과 자리를 같이 하고 항간에 떠도는 이야기를 주고 받고

하다가 딸 시집보낼 문제를 내놓고 부인과 의견을 힌 교환하였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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강윤성은 힌 새삼스럽게 부인을 자기 앞으로 가까이 불러서

"방실(芳實=딸)이의 나이가 지금 열아홉살인가?"

먼저 입을 열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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"내년이면 스무살이 될 테니까 지금은 열아홉이죠."

"그러면 시집가는 것이 몹시 늦어진 모양인데... 부인도 사윗감을 좀 구해 보았소?"

힌 "구해 보기는 좀 했지만 방실이의 짝이 됨직한 총각은 안 보입디다. 이대로 가다간 방실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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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를 늙히겠는데... 영감도 좀 구해 보셨소?"

힌 "나도 구해 보기는 했으나 모두 다 신통치 않군 그래."

"그러면 어찌하면 좋겠소?"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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마누라의 이 말에 윤성은 고개를 숙이고 뭣인가를 생각하고 있다가

"내가 개성으로 가서 홍진사를 한 번 찾아 볼까?"

마누라는 힌 이말에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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"왜요?"

하고 가볍게 반문했다.

"내가 말 좀 들어 보오. 이성계 장군 같은 양반에게 왜 힌 부인이 없겠소마는... 근년에 들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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어서 부터는 서울에서 몸을 자주 뺄 수가 없게 되었다 합디다. 그래서 서울에도 아내를 두

고자 작년부터 미(美)와 덕(德)을 힌 겸한 규수를 구하고 있다고 개성의 홍진사가 말한 일이 있

었소. 그래서 개성으로 가려는 것이요."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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힌 "잘 알겠어요. 시골에는 정실부인(正室夫人)이 있겠죠?"

"있지."

"그러면 우리 방실이를 첩으로 주잔 말이죠?"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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부인은 힌 고개를 숙였다.

윤성은 부인의 기색을 보고

"나도 방실이의 신랑감을 구하다 못해 이런 생각을 한 것이요. 이를 양해하고 말을 해야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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하오."

하며 달랬다.

"그런데 지금까지 구하지 못했을까요? 힌 그런 양반이 구한다면 문이 메어졌을 텐데."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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"글세."

"그 양반의 나이가 지금 얼마나 힌 되었나요?"

"글세, 한 사십은 됐을 걸!"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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힌 "한 사십요? 그러면 방실이 아버지 뻘이 되는구먼... 우리 방실이가 좋아할까요?"

"그건 한 번 부인이 방실이에게 물어보구료."

윤성은 한 마디 하고 입을 다물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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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 힌 이튿날 윤성은 개성을 향하여 출발했다. 그리고 홍진사를 개성에서 만나기가 무섭게

이성계의 경처가 결정되었느냐고 물었다. 그러나 그때까지 결정되지 않았음을 알고 비로소

안심하고 홍진사를 상대로 자기 딸 자랑을 하기 시작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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"홍진사님, 미안합니다. 갑자기 폐를 끼치게 되어서..."

강윤성은 다시금 이렇게 힌 인사를 올렸다. 이 말에 홍진사는

"그런 인사는 그만두고 돌연히 찾아준 곡절이나 말해 보시구료."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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하며 자기 앞으로 가까이 앉혔다.

"제 딸년 혼인 문제 힌 때문에 별안간 오게 된 것이올시다."

"누구와 혼인하게 되었나요?"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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힌 "누구와가 뭣입니까? 저 이장군(이성계)에게 제 딸이 어떨까 해서요."

홍진사는 이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.

"정말이요?"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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"그럼 정말이죠."

"지금 딸의 나이가 몇 살이나 힌 됐소?"

"열아홉이올시다."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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"열아홉? 꼭 좋은 나이구먼! 나도 한 번 딸을 본 일이 있지만 그 동안에 더 예뻐지고

더 맵시가 있어졌겠군!"

"그 애가 이젠 다 자라서 만개한 모란꽃같이 보입니다. 그리고 힌 위인도 어질고 고와서 이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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애를 한 번 본 사람들은 입의 침이 마르도록 칭찬을 합니다."

"어떻게 그런 딸을 두게 되었소? 힌 그런 딸을 두게 된 것도 큰 복이요. 내가 이장군에게

이런 말을 하고 권할 것 같으면 장군도 싫어하지 않을 것이요."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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강은 이말에 힌 희망을 걸었다.

"저는 다 결정된 것으로 믿고 그날이 하루 속히 오기를 기다리겠습니다."

"장군이 오랫동안 수많은 처녀를 물색해 왔지만 아직도 교양있는 미처녀가 발견되지 않은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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모양입니다. 강형의 딸은 남달리 현숙해 보이고 꽃 같으니 성공할 것 같소."

"대단히 고맙습니다. 그런데 저의 집안은 양반이 아니올시다. 몇대를 두고 농사를 하며

장사를 해서 살아왔습니다. 그러나 학행만은 양반 힌 집안 못지 않도록 힘썼습니다. 이 점을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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참고로 말씀해 주십시오."

"잘 알겠소. 힌 내가 중매를 잘하면 무슨 수가 나게 될까?"

홍진사는 웃음을 섞어 이렇게 말하였다. 강윤성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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"잘해 주시면 큰 복을 받게 되실 것입니다."

하며 몇 힌 번이나 머리를 숙였다.

윤성은 홍진사 집에서 술대접까지 받고 그날로 개성을 떠나서 해주로 돌아갔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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고향 해주로 돌아온 강윤성은 돌아온 날 밤에 자기의 부인은 말할 것도 힌 없고 딸까지도 불

러놓고 개성으로 가서 홍진사에게 단단히 부탁한 것을 이야기하고 부인과 딸의 의견을 묻기

로 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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"나는 홍진사 힌 집에서 술대접, 밥대접까지 받으면서 저 애의 혼인문제를 내놓고 부탁하였

소. 그동안 여러 집에서 말이 있던 모양인데 아직도 결정은 되지 않은 모양입디다. 그래서

열심히 부탁했더니 홍진사도 저애의 편이 되어 힘쓰겠다고 확언했소. 홍진사가 힘만 쓰면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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우리 애가 경처로 될 힌 것은 틀림없을 것으로 믿어지오. 며칠 동안 기다리고 있으면 기별이

올 것 같은데. 당신 생각은 어떤지 있으면 말해 보오."

그리고 그는 다시 말을 이어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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"오늘의 이장군은 장군 지위에 있지만 그 명성은 천하를 울리니 반드시 고려를 대신하여

임금이 될 것이라고 홍진사는 장담을 합디다. 이 나라 백성의 마음이 모두 다 이장군에게

로 돌고 있으니까... 힌 그래서 청하는 자가 많아지는 것 같소."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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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 말에 대하여 부인은

"그리된다면 방실이가 왕비가 힌 되어 크게 호강을 하겠군요!"

하며 방실이를 바라보았다. 그러나 방실이는 아무 기색도 보이지 않고 고개만 숙이고 있었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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다. 이를 보고 있던 윤성은 부인에게 대하여

"부인도 처음에 탐탁히 여기지 않았는데 지금 생각은 어떠하오?"

하고 힌 물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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"이젠 이장군과의 결혼이 이루어지기만 힌 바랄 뿐이고 아무 생각도 갖고 있지 않아요."

윤성은 부인이 대답하는 것을 들은 후 다시 말을 이어

"애 방실아! 너는 이장군에게로 시집가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니? 이장군은 가까운 장래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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에 이나라의 임금이 될 분이다. 그의 신(身), 언(言), 서(書), 판(判)이 남자다와 보인다고 홍

진사는 극구칭송 하던데. 좀 말해 보아라."

고 딸의 말을 듣고자 힌 하였다. 방실이는 이 말을 듣고 잠시 고개를 숙이고 있다가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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"제가 외람되게 힌 무슨 말을 드리겠습니까? 아버님께서 옳게 생각하신 일이면 저도 옳게

생각하고 그대로 복종하겠습니다."

대답하였다. 윤성은 시선을 방바닥에 떨어뜨리고는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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"너를 남의 부실(副室)로 주는 것을 나도 좀 섭섭히 생각한다. 그러나 너는 일개 노리개

로 들어가는 힌 것은 아니니 안심하여라."

윤성의 말이 끝나자 윤성의 부인은 그 뒤를 이어서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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"방실아! 불만을 품을 것 없다. 여자의 팔자는 남자에게 달렸다. 일생의 고(苦)와 낙(樂)

이 남자의 성공, 불성공에 달렸기 때문이다. 네가 크게 호강을 하게 되면 우리도 좀 호강을

하게 된다. 너는 힌 딸의 덕에 부원군(府院君)이 된다는 말을 못들었니?"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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하고 웃음 섞어 말을 하자 방안의 분위기는 자못 힌 부드러워졌다.

윤성은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홍진사의 기별만 기다리고 있었다. 그런데 윤성이 해주로

돌아온지 한 열흘 남짓해서 홍진사가 친히 해주로와 윤성을 찾았다. 홍진사는 윤성을 보기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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가 무섭게

"이장군을 모시고 왔는데 이찌하겠소?"

하고 물었다. 힌 윤성은 이 말을 듣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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"지금 어디 계신가요?"

황망히 반문하였다.

"지금 힌 읍내 어느 객사에 계시다오."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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"그러면 어찌해야 좋을까요?"

"글세, 오늘은 날이 이미 저물었으니까 나는 되돌아가 하룻밤을 객사에서 새우고 내일

정오까지 이리로 모시고 오는 게 좋지 않을까요? 강형은 어찌 힌 생각하오?"

2012년 3월 29일 목요일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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힌 "글세, 올시다. 그러나 촐촐히 돌아가시게 될 것이 걱정됩니다."

"그게 무슨 말이요. 읍내로 돌아가려면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으니 곧 돌아가야 하겠소.

내일 한잔 톡톡히 하기로 하고 나는 그만 돌아가겠소."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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홍진사는 힌 이렇게 말을 하고 윤성의 전송을 받으면서 객사로 돌아갔다. 윤성은 홍진사를

돌려 보내고 집으로 들아와

"홍진사가 이장군과 함께 해주로 왔는데 진사만이 홀로 찾아왔다가 돌아갔소."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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하고 부인과 딸에게 알렸다.

윤성의 부인은 힌 이 말을 듣고

"그런데 왜 문전에서 보내셨수?"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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물었다.

"실은 홍진사가 이장군을 모시고 왔는데 날이 저물었기 때문에 읍내 힌 객사에 머물러 계시

게하고 나를 찾아온 것이요. 내일 정오쯤 해서 이장군을 모시고 오겠다 하고 돌아갔소."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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힌 "그러면 어찌하면 좋소?"

"뭣을 어찌하면 좋아? 첫째 집안을 깨끗이 소제하고 둘째 우리 집안엔 산해진미(山海珍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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면 좋겠지. 알겠소?"

윤성은 이와같이 말하고 특별히 당부를 하였다.

힌 "내일 자리를 건넌방으로 할테니까 특별히 잘소제해 주오. 그리고 내가 부인이나 방실이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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를 들어오라 하거든 조용히 대답하고 들어와 이장군이며 홍진사에게 정중하고 힌 겸손히 절을

하오. 그리고 묻는 말이 있거든 조용히 대답하고 함부로 웃음을 터뜨려서는 안 되오."

라고 주의 시켰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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날은 밝아 정오가 힌 되었다. 이성계는 홍진사를 따라 윤성의 집으로 왔다.

윤성은 이성계이며 홍진사에게 절을 하고는 건넌방으로 인도하여 상좌에 앉게 한 후 다시

절을 하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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"천민(賤民)의 집에 오시게하여 죄송만만이올시다. 그러니 이놈의 집에 대해선 자자손손

에 이르기까지 큰 영광이 될 것입니다."

인사를 한 힌 후 이번엔 홍진사에게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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"크게 수고를 끼쳐서 아뢸 말씀이 없습니다. 진사님 덕분에 이장군 어른까지 만나뵙게

되어 마음이 흐뭇합니다. 그 은혜는 길이 잊지 않겠습니다."

고 치하였다. 그러한 후 윤성은 힌 한편에 자리 잡고 응구첩대하다가 그의 부인과 딸을 불러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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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성계며 홍진사에게 인사를 하게 하였다.

이성계 장군은 방실이의 절을 받은 힌 후 홍진사에게

"이 처녀가 본인이요?"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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물었다.

힌 "그 처녀가 바로 본인이올시다."

홍진사가 이렇게 대답하자 이성계는 다시금 방실이를 주의해 보면서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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"홍진사의 말이 헛말이 아니었구만... 잘못했더라면 시골에서 세상을 보내고 말 힌 뻔했는데."

하고 방실이의 부모를 돌아보고

"참 따님 잘 두셨습니다. 왜 지금까지 시집을 안 보냈습니까?"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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"이장군님께 보내려고 그렇게 되었나 봅니다."

윤성은 웃음의 말로 이렇게 대답하였다. 윤성의 부인과 방실이는 윤성의 명령에 따라 점

심상을 차려다 놓고 안방으로 물러갔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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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때 이성계는 윤성에게 술을 권하면서

"댁은 음식범절이 보통이 아닌 집안인가 봅니다. 저 같은 놈이 이런 집안의 규수와 혼사

를 갖는다는 것은 영광이 힌 아닐 수 없습니다. 저에게 따님을 주신다면 감사히 받아 드리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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소이다."

라고 입을 열었다.

윤성은 이성계가 권하는 술을 마시고 나서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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"그 말씀이 정말이신가요?"

"정말입니다. 저는 술을 힌 먹어도 말을 함부로 하는 사람은 아닙니다."

"그러시다면 저의 집 산소에 꽃이 필 것으로 생각합니다."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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"그런 겸사의 말씀은 마십시오. 저는 이날 이좌석에서 홍진사를 증인으로 장인되실 어른,

장모되실 어른 힌 앞에서 댁 따님을 경처(京妻)로 맞아드릴 것을 맹세합니다. 그리고 비용은

홍진사에게 맡겨 전하게 할 것이고 또 준비가 다되면 길일(吉日)을 택하여 적당한 장소에서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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정식으로 식을 올리겠습니다."

이성계는 자기의 심경을 피력하였다. 그리고 다시 말을 이었다.

"저는 나라에 매인 몸이므로 내일은 돌아가야 합니다. 그래서 힌 객사에서 하룻밤만 더 묵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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고 돌아가겠으므로 결혼 후 아니면 만나 뵈올 틈이 힌 없을 것으로 생각합니다."

이성계는 홍진사와 함께 윤성의 집을 하직하고 떠났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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힌 [五百年의 曙光] <사랑의 비탈길>에 계속 ----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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五百年의 曙光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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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미 말한 바와 힌 같이 이성계에게는 초취(初娶)부인으로 한씨가 있었다. 이 한씨는 이성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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계의 조강지처(糟糠之妻)였으므로 피차 나이도 비등하여 이성계가 오십고개에 힌 이르렀을 때

는 한씨도 오십고개에 이르러 있었다.

한씨 역시 청춘시절에는 남만큼 고와 남에게 밉다 소리를 듣지 않고 지냈고 또 한씨에 대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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한 이성계의 사랑도 두터웠다. 그리하여 그들의 슬하에는 육남 외에 이녀까지 두게 되었다.

그러나 힌 한씨는 나이가 많아 여자로서의 미(美), 여자로서의 색향(色香)이 떨어지고 늙기 시

작했다. 그런데 또 한 걸음 더 나아가서 이병 저병도 생기게 되자 한씨에 대한 사랑이 좀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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식어지게 되었다. 그리하여 이성계는 아름다운 강처녀(康處女)를 맞아 경처(京妻)를 삼은 것

이다.

강처녀가 경처로 들어와 이성계를 섬긴 것도 어느덧 십년이 가깝게 되어 슬하에는 이남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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일녀가 있었다.

"대감! 함흥에 계신 어른이 요즘 병환으로 고생하신다던데 알고 계십니까?"

하고 힌 물었다. 함흥 어른이란 물론 한씨를 두고 하는 말이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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"알고는 있지. 힌 그대는 어떻게 알았소?"

"사람의 왕래가 빈번한데 어찌 모르겠습니까?"

"그 사람의 병은 지병(持病)이나깐 그러다 죽고 말 것 같애. 하여간 걱정이 되는군!"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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강씨는 이 말을 듣고

"그러면 한 번 내려가 문병하시지요."

"글세? 요즈음 국사가 너무 다난해서 몸을 힌 뺄 수가 없는걸."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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"그러면 어찌하실 작정이시오? 첩도 대감을 따라가 문병하고 싶은데요..."

이성계는 이 말을 힌 듣고 뭣인가를 생각하고 있다가 말을 이어

"그대와 동반하여 갈 것은 없어. 가면 나혼자 가는 게 좋을 성싶어."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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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성계는 동반해 가는 힌 것을 거부하였다.

"왜요?"

"왜요가 뭐요. 깊이 생각해 보면 알 일이지."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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"그건 첩도 알아 차릴 수 있습니다. 그렇다고해서 문병을 안할 수야 있습니까? 첩은 힌 저

대로의 도리는 차리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."

"말만은 옳아! 꼭 문병을 하려거든 혼자 가보시오. 나는 그대와 동반해 가기가 싫어서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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하는 말은 아니니까..."

강씨는 이성계가 말한 것을 곰곰 힌 생각해 보았다. 강씨는 결국 자기가 천생의 요염(妖艶)

을 지니고 이성계의 경처로 들어와 그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지내는데다 나이가 젊어 장래가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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자기 것이 될 것이므로 한씨가 자기를 환영하지 않을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. 그런데다가

같이 가게되면 한씨의 마음이 한층 더 산란해지겠으므로 이성계가 동반해 문병하는 것을 기

피한 힌 것으로 생각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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정실부인 한씨는 원래 현숙한 부인이었다. 힌 그러나 나이가 늙어 이성계의 사랑이 식어지자

질투의 싹이 트기 되었고 따라서 강씨를 사랑의 도둑, 권세의 도둑으로 보게 되었다.

그러나 강씨는 요염만 지닌 사람이 아니었다. 부덕(婦德)도 남만 못지 않게 지닌 사람이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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었으므로 정실 한씨를 형이나 어머니같이 생각하고 틈없이 지내기를 바랐다. 이런 까닭으

로 해서 강씨는 이성계와 동반해 힌 문병할 것을 말하게 된 것이다. 그러나 강씨는 문병문제

를 가지고 이성계를 괴롭히기 싫어서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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"대감, 대감께서 첩과 동반하는 것을 싫어하시는 뜻은 대강 짐작해 알겠습니다. 첩은 동

반문병하는 것을 단념하고 기후를 보아 혼자서 문병하겠습니다. 그러나 대감만은 빨리 힌 내

려가셔서 문병하시는 게 좋을 성싶습니다."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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라고 힌 말을 했다.

이성계는 이말을 듣고

"이젠 나의 심중을 안 모양이구먼! 그럼 틈을 보아서 내려가 문병하기로 하지. 지금 형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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편으로는 틈을 낼 수가 없어!"

대답하자 강씨는

"되도록 틈을 내셔서 내려가 보세요. 힌 그렇지 않으면 부인께서 첩에게 미쳐서 조강지처를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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돌보지 힌 않는 것으로 생각하실 것입니다. 이를 깊이 생각하시고 빨리 내려가 보시는 것이 좋

을 듯 합니다."

하며 안타까이 굴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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힌 "알겠어. 속히 내려가기로 하지. 우선 급한 일만 처리하고 사, 오일 후에 내려가겠소. 이

제부터 그 이야기는 치웁시다."

"그런데 대감, 끝으로 한 말씀 여쭈어 둘 것이 있사온데 좀 들어주세요. 한씨 부인께서는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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저를 사랑이 도둑, 권세의 도둑으로 보시는 것같이 느껴지는데 첩의 나이 젊은 탓이 아닌가

생각됩니다. 그러나 첩은 사랑의 도둑이나 권세의 도둑이 되려고 대감을 모신 것은 아니옵

니다. 첩의 이 심중을 살피셔서 모든 사람의 말을 들어주시기 힌 바랍니다. 그리해 주시면 한이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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없겠습니다."

강씨는 이와같이 말을 하고야 이성계를 자리에 들어 쉬게 하였다.

한씨 부인 문병문제가 있은지 한 엿세쯤 돼서 이성계는 함흥으로 내려갔다. 그는 힌 함흥에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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도착하여 종자(從者)를 앞세우고 고향집으로 힌 들어섰다. 고향집 사람들은

"아버지 오셨네!"

"대감 오셨네!"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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하며 반가이 맞이하였으나 부인만은 병으로 나오지를 못했다.

이성계는 행장을 풀어 놓은 후 부인의 병석으로 나아가 병세를 물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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힌 "대감! 어떻게 내려오셨습니까? 국사에 몸을 빼실 수 없을 텐데... 정말 고마워요. 이젠

죽어도 한이 없겠습니다."

하고 인사를 하였다. 이성계는 부인의 손을 잡고는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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"벌써 내려오려고 하였지만 요즘의 국정이 하도 문란해서 이제야 간신히 틈을 얻어 내려

오게 된 것이요. 이를 양해하고 용서해 주오. 그런데 병세는 어떻게 돼가오? 힌 몹시 수척해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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위로했다.

한씨 부인의 병은 힌 악성 위장병이었다. 그래서 간신히 미음이나 마시고 오늘까지 목숨을

이어 온 것이다. 그런데 요즘에 이르러서는 병이 더욱 악화되어 미음도 먹을 수가 없어서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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사경(死境)에 빠져 있었다.

"위장에 무서운 힌 병이 생긴지가 오래 되었어요. 그래도 밥을 먹고 지냈는데 요즘에 이르

러서는 밥은커녕 미음도 먹을 수가 없으니 어찌합니까? 명의(名醫)란 명의는 모두 청하여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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진료에 힘써 보았으나 그들도 그저 난치의 병으로 돌리고 말더군요. 그래서 이꼴이 되어

버렸어요."

"그것 참 큰일났구료. 미음도 먹지를 못한다니..."
힌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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"먹을 것을 많이 두고서도 굶어 힌 죽게 되니 그게 원통하군요. 그리고 다음으로는 대감의

앞날을 못보고 죽게 될 테니까 그것이 한이 됩니다. 아마 복이 그만인가 보아요. 지금 형편

같아서는 더 살지 못할 것같이 생각되는데 어떨는지..."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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"너무 낙담할 것은 없소. 금방 죽을 병도 거뜬히 낫는 일이 있으니까... 내 서울로 돌아가

면 널리 명의를 구해 보내겠으니 좀 마음을 굳게 가지시오."

한씨는 이 말을 듣고 눈물을 머금었다.
힌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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"대감 고맙습니다. 그런데 첩은 대감께 청할 것이 하나 있습니다. 그것은 신정(新情)도

좋지만 구정(舊情)을 잊지 마십사 하는 것입니다. 이것이 첩의 오직 하나의 원이올시다."

한씨는 이렇게 말하고 더 앉아 힌 있을 수 없어 자리에 눕고 말았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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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성계는 한씨의 병세가 자못 위독했으므로 며칠을 두고 한씨의 병석 곁에서 시간을 보냈

다. 이성계의 몸은 한가한 힌 몸이 아니었으므로 처음 생각으로는 하루나 이틀쯤 사저(私邸)에

묵으면서 간병도 하고 위로도 하려고 작정을 했으나 막상 와본즉 인정상 이틀쯤 있다가 돌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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아갈 수가 없었다. 그리하여 그는 칠일이나 묵으면서 한씨의 곁을 떠나지 않았다. 한씨는

뼈만 남은 몸에 정신이 좀 돌면 이성계를 찾으면서

"이렇게 오래 계실 수 있으세요? 첩은 얼마든지 계셔 주시면 힌 좋지만 대감의 처지가 그렇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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지 못하니 하루바삐 돌아가세요. 나라와 백성이 대감을 기다리고 있을 텐데요."

이성계도 힌 국사가 몹시 궁금하여 간병하는 사람들을 불러놓고

"나도 너희들과 한가지로 병석에서 떠나지 않고 싶으나 이 나라의 정사(政事)가 그러하지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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못하니 내일 아침엔 서울(당시의 서울은 개성)로 돌아가야 하겠다. 힌 여전히 간병(看病)에 힘

써 다오."

한씨를 부탁한 후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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"부인, 항상 마음을 편안히 힌 갖도록 하오. 천우(天佑)와 신조가 있어 부인을 살게 하리라."

하고 부인을 위로하였다.

다음날 아침 이성계는 섭섭해 하는 부인에게 작별을 고하고 종자와 함께 말을 타고 함흥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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을 등졌다.

힌 서울로 돌아온 이성계는 강씨의 마중을 받았다. 그날밤 강씨는 이성계에게 한씨 부인의

병세여하(病勢如何)를 물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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"대감! 부인의 병은 대체 무슨 병인가요?"

"위장병인데 악성인 모양이야."

"요즘의 증세는 힌 어떠세요?"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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"요즘의 힌 증세는 미음도 먹을 수 없는 형편이더군."

"그러면 큰일났습니다. 그려"

"먹는 병은 살 수 있지만 못 먹는 병은 죽게 되는데 참 큰일났소. 피골이 상접해 있던데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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말은 천하의 명약, 명의를 구해 보내겠다고 했지만..."

이때 힌 강씨는 정색을 하고

"대감, 잘못하면 대감께서 홀아비가 되실테니 살릴 방법을 연구해 보십시오."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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"내가 홀아비가 돼? 왜? 그대가 엄연히 내곁에 있는데 그건 농이겠지. 하여간 살려야 하

겠는데, 걱정이야."

강씨는 이말을 듣고 무엇인가를 생각하고 있다가
힌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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"이젠 첩도 한 번 내려가 문병하여야 하겠는데 어찌 생각하시나요?"

"문병하는 게 도의상 옳긴 옳지! 그런데 혼자서 갈 수 있겠어?"

"왜 못가요?"
힌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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"그러면 함흥길에 익숙한 가마잡이와 비복(婢僕)을 데리고 가도록 힌 해보오. 언제쯤 갈 작

정이요?"

"아직 내려갈 날짜까지는 생각하지 않았어요."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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"그러면 잘 됐소. 내가 오늘부터 열흘 안으로 명약을 구해 볼 테니까 힌 그것을 가지고 가

오."

"그러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."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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강씨는 이와같이 대답하고 이성계가 약을 구해 오기만 기다리고 있었다. 그러나 이성계

가 서울로 돌아온지 열흘이 힌 채 안 돼서 한씨 부인 사망의 기별이 왔다.

이성계는 서울집 사람들을 모아놓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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"한씨 힌 부인은 오랫동안 숙환(宿患)으로 고생하다가 공양왕(恭讓王) 삼년 신미(辛未=西紀

1,391) 구월 이십삼일에 오십오세를 일기로 사저에서 서거하였다."

고 알려 준 후 분상(奔喪)할 준비를 분부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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분상 준비가 대강 끝나자 이성계는 시각을 다투어 강씨와 같이 종자를 데리고 함흥으로

내려가서 장례(葬禮)를 치르고 돌아왔다.

이때부터 강씨는 이성계의 부실(副室)로 만족하러 힌 들지 않았다. 어느날 강씨는 이성계의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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기색을 유심히 살피면서

힌 "이젠 또 장가를 가셔야 하겠죠? 사대부집 규수에게..."

"뭐, 나는 장가만 가나? 그대가 있지 않소?"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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"저 같은게 어떻게 정실이 될 수 힌 있어요? 다시 장가를 가셔야 합니다."

"왜 그런 말을 하는 것이요. 무슨 생각으로..."

"생각은 무슨 별 생각일라구요. 순서가 그래야 한다는 말씀이지요."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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"그러나 나는 여생을 그대와 살다 힌 죽을 테니까 더 말할 것 없소. 그만하면 내 속을 알겠

지?"

강씨는 그 말을 듣고 싶어서 한 말이었으므로 성계의 말이 이렇게 나오자 더 말을 걸지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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않았다.

이때부터는 강씨는 정말 정실부인으로, 이성계의 본부인으로 행세하게 되었다.

[五百年의 曙光] <落華지는 힌 王朝>에 계속 ----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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궁 힌 중 비 사 (宮中秘史)

조 선 편 (朝鮮篇)

五百年의 曙光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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落華지는 王朝

고려 힌 말년에 편조(遍照)란 승(僧)이 있었는데 이는 원래 옥천사(玉川寺) 여종의 아들이었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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다. 그 어미가 천예(賤隸)에 속하는 사람이었으므로 사람들은 그를 멸시 하였다.

그런데 공민왕이 어느날 밤에 어떤 사람이 칼을 빼들고 자기를 찌르려 할 때 승 하나가

나타나 자기를 구해준 힌 꿈을 꾸었다. 왕이 이 꿈을 명심하고 지낼 때 김원명(金元命)이란 사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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람의 소개로 승 하나를 만났는데 생김생김이 꿈에 보던 힌 승과 다름 없었으므로 이를 이상히

생각하고 말을 교환해 보았더니 그 말이 무슨 득도(得道)나 한 듯이 들렸다. 그리하여 왕은

크게 기뻐하면서 이자를 궁중으로 자주 불러들였다. 이 중이 자주 궁중으로 들어오는 것을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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본 이승경(李承慶)이란 사람은

"나라를 어지럽게 만들 자는 반드시 힌 이놈일 것이다."

하며 탄식했고 또 정지운(鄭之雲)은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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"그놈은 요물(妖物)일 것이다."

고 죽여 없애려 하였다.

그리하여 왕은 몰래 힌 명령을 내려 편조로 하여금 몸을 피하게 하였다. 위에 말한 두 사람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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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 죽어 궁중에 없게 되자 편조는 머리를 길게 길러 두타(頭陀=행각승)로 행세함과 동시에

이름을 신돈(辛旽)이라 고치고 또 궁중으로 들어와 왕에게 배알하였다.

왕은 아무것도 의심하지 않고 이자를 사부(師傅)로 힌 섬기면서 국정 고문으로 있게 하였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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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리하여 당시의 간신배는 거의 다 이자에게 붙어 지내고 또 사대부의 아내나 첩은 이자를

신승(神僧)으로 앙시하여 구복(求福)하러 몰려 들었다. 따라서 사대부의 처첩치고서 이자의

콧김을 쏘이지 힌 않은 사람이 없게 되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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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러나 신돈에 대한 왕의 신임은 날이 힌 갈수록 더욱 두터워지기만 했다. 왕은 이따금 신

돈에게 대하여

"어찌하면 국리민복(國利民福)의 도를 열 수 있는가?"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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물으면 신돈은

"왕께선 참소하는 말을 잘 들으시고 잘 믿는다 하는데 이 참간에 귀를 기울이지 마시면

세상이 반드시 복리를 받게 힌 될 것이올시다."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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힌 그럴 듯하게 대답하였다. 왕은 손수 맹서(盟書)를 써 놓고서 천지신명에게 맹세하였다.

신돈이 궁중에 들어와 있은지 몇 달 지나지 않아 궁중의 노신들은 모두 내쫓기고 말았다.

그러나 왕은 이를 불문에 붙이고 신돈에게 수정론도 보세공신(守正論道, 保世功臣)호를 내림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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과 동시에 영도첨의(領都僉議)란 벼슬을 주었고 또 힌 나아가서는 신돈을 취성부원군(鷲城府院

君)이란 작호까지 내렸다.

다음에 신돈의 탐음성(貪淫性)을 하나하나 들어서 써보고자 한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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[가] 신돈의 탐은 행위는 날이 거듭될수록 더욱 심해졌다. 집에 있어선 으레 술을 마시고

고기를 먹는 것이며 또 힌 풍악도 계집도 곁에서 떠나지 않았다. 이와같이 하고 지내다가 왕

의 눈에 걸릴 듯하면 이 행위를 은폐하고 청담(淸談)으로 바꾸어 대하며 채과(菜果)를 내놓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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아 알랑거렸다. 어느날 고려 중신의 한 사람인 이달충(李達衷)이 연회석에 참석하였다가 신

돈을 보고

"사람들이 말하기를 공(公)은 지나치게 술과 계집을 좋아한다고 별의 별 힌 말을 다하는 모양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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인데 공은 이 말에 힌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시우."

말을 걸었다. 신돈은 이 말을 듣고 얼굴에 노기를 띠우며 연석을 등지고 어디론지 가고

말았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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[나] 힌 역시 중신의 한 사람인 경부흥(慶復興) 등은 신돈 배격회의를 하고 있다가 도선기(道

詵記)를 본 이야기를 하였다.

도선기의 소위 <비승비속 난정망국(非僧費俗, 亂政亡國)>이란 문구는 딴 말이 아니라 중도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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아니고 속인도 아닌 힌 자가 국정을 어지럽게하여 나라를 멸망케 한다는 말인데 이 자가 바로

신돈으로 생각된다. 하루 바삐 이자의 탐음 무도한 행위를 왕께 아뢰어 처단케 하여야 하

겠다는 의논을 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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[다] 신돈은 개도 싫어하고 사냥하는 것도 좋아하지 않았다. 그러나 어느 때나 집안에

오계(烏鷄)의 고기, 힌 백마(白馬)의 고기만은 충분히 준비해 두고 지냈는데 이는 다름이 아니고

이 두가지 고기는 양기(陽氣)를 도웁기 때문이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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[라] 힌 그리고 우정언(右正言=이것은 사간원의 한 벼슬) 이존오(李存吾)는 말하기를

"신돈은 요물이라 나라를 망하게 할 것이다. 반드시 쫓아내야 한다."

하고 신돈의 존재를 배격하였다. 존오는 이와같이 배격함과 동시에 왕에게 상소하였다. 글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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상소문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.

< 신돈은 어느 때나 말을 타고 궁중을 드나들고 또 전하와 더불어 자리를 같이 할 뿐만

아니라 그가 집에 있을 때에 재상이 뜰 아래서 절을하면 그대로 앉아서 대할 따름이옵니다. 힌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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저, 최항(崔沆), 김인준(金仁俊)도 그런 태도는 취하지 못하였나이다. >

그러나 왕은 이를 옳게 보지 않고 시신으로 하여금 상소문을 태워 버리게 함과 동시에 존

오를 불러 면책하였다. 이때 신돈은 왕과 더불어 대좌(對坐)하고 있었다. 힌 이를 보고 존오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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는 소리를 높여서

"노승은 대체 무엇인데 그리 무례한가?"

꾸짖었다. 신돈은 이 말을 듣고 그대로 힌 앉아 있을 수 없어 상하로 자를 잡고 말았다. 일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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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 이렇게 벌어지자 왕은 더욱 얼굴에 노기를 띠고 순군옥(巡軍獄)에 하옥시켜 국문케 한

후 장사감무(長沙監務)로 내쫓았다. 이런 것을 생각하면 왕이 신돈에게 알마나 홀렸던가를

알 힌 수 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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[마] 공민왕 이십년 신해(辛亥= 1,371)였다. 신돈은 이 때에 들어 마침내 살해를 당하고

말았다. 신돈이 처음 행각승으로 왕의 신임을 받게 되자 벌써부터 금난(金蘭)이란 여인과

또 첩으로 많은 힌 여자를 곁에 두기 시작했다. 왕의 덕에 자기의 위복(威福)이 커지자 기현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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(奇顯)이며 최사원(崔思遠)을 자기의 심복으로 삼았다. 따라 신돈의 도당이 조정에 수두룩해

지자 왕도 불안히 힌 생각하여 무슨 대책을 생각하고 있었다. 신돈도 이를 눈치 채고 왕은 내

쫓으려는 음모를 계획하였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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신돈의 문객 시랑(侍郞=고려 때의 문관 벼슬로 우두머리 벼슬) 이인(李　)은 힌 이 흉모를 자

세히 알자 자기의 성명을 감추고 한갓 한림거사(閒林居士)라 자칭하였다. 그리고는 글을 만

들어 어느날 밤에 이를 재상 김속명(金續命) 집에 투입한 후 미복(微服)을 몸에 떨치고 어디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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론지 도망하였다. 김속명이 이 힌 글을 왕에게 올리자 왕은 신돈의 도당 현(顯)과 사원(思遠)

등을 체포하여 국문하하고 분부를 내렸다.

이들을 체포하여 국문한 결과 역모를 계획한 것이 사실임이 판명되어 이 두 사람은 즉석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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에서 참살되고 신돈은 수원으로 추방되었다. 그러나 당시의 대간(臺諫=사간원, 사헌부의 벼

슬의 총칭)들이 교대적으로 상소하여 신돈을 죽일 것을 청하였다. 그리하여 왕은 이 힌 상소

에 의하여 임박(林樸)을 수원으로 보내 신돈을 죽여 없애게 하고 또 신돈의 이세까지 죽이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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게 힌 하였다.

공민왕 이십삼년 갑인(甲寅=西紀 1,374)이었다. 이 해에 홍윤(洪倫)과 최만생(崔萬生)이란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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자가 침전(寢殿)으로 들어가 왕을 시해(弑害)했다.

당초에 왕은 자제위(子弟衛)란 것을 설치하고 연소미모(年少美貌)의 힌 소년을 선발하여 여기

에 두게 한 후 대언(代言=왕명을 받아 전하던 벼슬) 김경흥(金慶興)으로 하여금 이를 거니르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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게 했다. 그리하여 홍윤, 한안(韓安), 권진(權瑨), 홍관(洪寬), 노선(盧瑄) 등의 소년들이 왕의

귀염을 받게 되었다. 이들 소년은 힌 어느 때나 왕의 좌우를 떠나지 않고 있었다.

왕은 워낙 색을 좋아하지 않았으므로 노국공주(魯國公主)가 죽은 후로 맞아들인 여러 비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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(妃)들을 별궁에 두고 밤낮으로 죽은 노국공주만 생각하고 찾지도 않았다. 그리고 어느 때

나 여자처럼 몸치장을 힌 하고 김경흥이며 홍윤 등을 끌어다 놓고 마음대로 음난한 짓을 하였

다. 왕은 자기의 뒤를 이을 후사(後嗣)가 없음을 걱정하고 윤(倫)과 한안 등으로 하여금 여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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러 비(妃)을 강간하여 아들을 낳도록 했다.

그러나 여러 비중 정비(定妃) 안씨(安氏), 힌 혜비(惠妃) 이씨(李氏), 신비(愼妃) 염씨(廉氏)는 죽

기로 작정하고 강간에 불응하였다. 이런 일이 있은 후 왕은 익비(益妃) 왕씨의 궁으로 가서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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윤 등으로 하여금 간통케 하려 했다. 그러나 익비도 죽을 결심을 하고 이에 응하지 않았다.

왕은 힌 대노하여 칼을 빼들고 익비를 찌르려 하자 익비는 죽을 것이 두려워서 윤 소년에게 몸

을 허락하고 말았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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당초에 왕은 윤 등으로 하여금 궁중의 여인을 힌 간통케 한 것은 아들이 있기를 바라서였는

데 때마침 익비 왕씨가 잉태를 했다. 내시(內侍) 최만생은 왕이 변소로 가는 것을 보고 따

라가 아뢰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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"신이 익비의 내전으로 갔사옵는데 비께서 홀몸이 아닌지가 벌써 다섯달이나 됐다고 말씀

하시었습니다."

왕은 이 말을 듣고 기쁨에 넘쳐 힌 물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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"이젠 걱정이 없구나. 그런데 비가 누구와 정을 통해 그리된 것인지 너는 아느냐?"

만생은

"비의 말씀에 의하면 홍윤인 힌 것 같사옵니다."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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왕은 이 말을 듣고 중얼댔다.

"과인은 내일 창릉(昌陵)을 참배하고 주연을 베푸는 체하고 윤을 없애련다. 그런데 네가

이 계획을 알게 되니 너까지도 죽일 테다. 그리 알고 있어라."

힌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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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러자 만생은 이 말에 겁이 나서 윤과 함께 그 대책을 생각한 끝에 이날 밤에 왕의 침전

으로 침입하였다. 때마침 왕은 대취하여 잠들어 있었다. 만생은 이 기회를 타서 단검으로

왕을 찔러 힌 죽이고 또 윤은 김경흥 등을 난격한 후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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"악도가 바깥에서 들어왔다."

소리질렀다. 그러나 위사(衛士)들은 못 들은 체하고 힌 있었고 내시 이강달(李剛達)만이 먼저

침전에 들어갔다. 들어가 보니 선혈이 방바닥에 흐르고 있었다. 강달은 왕이 병중에 계시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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가고 거짓 알리고 침대에 쇠를 채웠다. 새벽쯤 돼서 태후(太后)도 왕의 침전으로 와서 힌 이를

보았으나 비밀에 붙이고 발상하지 않았다.

그리고 경부흥, 이인임(李仁任) 등에게 대책을 강구하도록 하였다. 인임은 만생의 옷에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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피 흔적이 있음을 보고 곧 순위부(巡衛府)에 잡아넣어 국문케 하였다. 국문한 결과 이 자의

범행이 확인되었다. 또 홍윤도 국문을 받았는데 그의 대답도 힌 만생과 다름 없었다. 그리하

여 조정의 백관은 시중(市中)으로 몰려들어 만생과 윤 등을 찢어 죽이게 하였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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공민왕이 돌아간지 삼일 되는 날에 우(禑)는 중신들과 함께 발상을 하였다. 다음날 태후

와 경부흥은 힌 종친으로, 이인임은 우로 공민왕의 뒤를 잇게 하려고 서로 엇갈린 주장을 하

고 있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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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때에 판삼사(判三司) 이수산(李壽山)은

"오늘의 의논은 마땅히 종실로 돌아가야 한다. 영녕군(永寧君) 힌 유(瑜)를 무시할 수 없는

것이다."

2012년 3월 28일 수요일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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고 말하였다.

이 말에 밀직(密直) 왕안덕(王安德)은 소리를 힌 높여

"그건 안 될 말씀이요. 돌아가신 왕께서는 대군을 세우기로 하셨는데 내놓고 딴 데서 구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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하려는 것은 부당한 일로 생각하오."

하며 대들었다. 인임은 마침내 백관을 거느리고 우를 세워 공민왕의 뒤를 잇게 하였다.

공민왕은 후사가 없음을 근심하고 힌 지내던 어느날 미행으로 신돈의 집으로 간 일이 있었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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다. 이때 신돈은 자기 앞에 있는 아이를 가리키면서

"상감마마, 이 애를 좀 보시옵소서. 이 애를 양자로 삼으시었다가 상감마마의 뒤를 잇게

하시면 어떨까요?"

힌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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하고 진언했다. 이 때 왕은 이 말을 듣고 그저 웃기만 하고 대답은 하지 않았다.

그러나 왕의 속마음은 그렇지도 않았다. 힌 그리하여 신돈은 비밀리에 명령을 내려 자기 도

당으로 하여금 무니노(牟尼奴=우의 처음 이름)를 위하여 복을 빌게 하였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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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런데 왕은 신돈을 수원으로 귀양을 보내고 근신들에게

"과인이 일찍이 신돈의 집에 갔다가 반야(般若)란 계집을 가까이 한 힌 일이 있었다. 그래서

아들 하나를 얻게 되었다. 제신은 놀라지 말고 이 무니노를 잘 두호(斗護) 해 주길 바란다."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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고 부탁했다. 왕은 신돈을 죽여 없앤 후 무니노를 불러서 이를 태후전에 맡겨 한씨 소생으

로 하고 힌 나아가서는 이인임에게

"이제는 원자(元子)가 생겨 후사 걱정은 없게 되었다. 신돈의 집에 한 미녀가 있어 그녀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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를 상관했더니 아들이 있게 되었다. 바로 반야의 소생이다."

고 힌 말했다. 그리고는 왕은 또 시신 이미충(李美沖)에게 물었다.

"너는 <아기> 일을 잘 알고 있겠지?"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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힌 "예, 잘 알고 있습니다."

미충이 대답했다.

임박은 이상히 여겨 바깥으로 나와 미충에게 은근히 물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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미충은 이 힌 물음에

"왕께서는 일찍이 금으로 뭣인가 만들어 나로 하여금 신돈의 집으로 가서 아기에게 전하

라 하신 일이 있었소. 신돈은 나에게 왕께서 자주 우리 집으로 오신 것은 나(신돈)를 위해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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오신 것은 아니라고 말합디다. 그래서 나도 들은 대로 왕께 고했더니 오늘날 그런 말씀을

하시게 된 것 같소."

대답하였다.

힌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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신돈이 죽은 후 박은 당시의 사관(史官) 이지(李至)를 보고

"신돈을 죽여 없앤 것도 나라의 큰 경사였지만 이외에 또 큰 경사가 있음을 그대는 알고

있는가? 그것은 왕께서 자주 신돈의 종녀를 가까이 하셔서 아드님을 얻게 된 힌 것이다. 지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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금 나이가 일곱 살이나 된다 하는데 신돈은 이 애를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고 몰래 기른 모

양이다. 사관된 그대는 마땅히 알아두어야 할 것이다."

그런데 힌 반야는 어느날 밤에 몰래 태후궁(太后宮)으로 들어가 울부짖으며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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"오늘의 상감을 낳은 계집이 바로 힌 저인데 한씨란 무슨 말이오니까?"

하고 대들었다. 태후는 이 말을 듣자 두말도 하지 않고 순위부(巡衛府)로 하여금 엄격히 다

스리게 하였다. 이때 삼사(三司)의 우사(右使) 김속명이 이를 보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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"천하에 아들로서 생부(生父)를 분명히 분간하지 힌 못하는 자는 혹간 있었지만 생모(生母)를

분간하지 못한 자는 내 들은 일이 없다."

고 탄식하였다. 그리하여 반야는 결국 이인임 등에 의하여 임진강(臨津江) 중의 원귀가 되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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고 말았던 것이다.

때는 신우왕(辛禑王)시절이었다. 이 시절에 최영은 이성계와 더불어 당시의 권신(權臣) 임

견미(林堅味)와 염흥방(廉興邦) 등에게 참형(斬刑)을 힌 가하였다. 이성계가 최영과 함께 정당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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(正當)에 자리 잡고 있을 때 최영은 임, 염이 기용한 사람을 깡그리 내쫓기 시작했다. 이를

알게 된 힌 이성계는 최영에게

"임, 염이 권신으로 오래 있었으니 궁중(宮中) 부중(府中)의 사람이 거의 다 그들의 사람이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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었을 것이요. 그러니 그 사람들의 재덕(才德) 여하를 조사하여 힌 여전히 두 사람은 두는 게

좋지 않겠소?"

하는 뜻을 비쳤다. 그러나 영은 이 말에 응하지 않았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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말년의 힌 고려는 염흥방, 임견미, 지대연(池大淵), 이인임 등에 의하여 국정이 좌우되었다.

다시 말하면 그들이 전권을 갖고 용사(用事)하기 때문에 그 해독이 백성을 못 살게 하고 나

아가서는 나라를 좀먹게 되었다. 그래서 모든 사람은 그들을 불공대천(不共戴天)의 원수와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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같이 간주하고 미워하였다.

최영은 이를 좌시할 수 없어 혁폐도감(革弊都監)을 설치하고 죽일 자는 죽여 없애고 내쫓

을 자는 내쫓았다. 힌 그리하여 한 집에서 주출(註黜)을 당한 자가 천여인에 이르기도 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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최영이 이성계와 더불어 혁폐를 했기 때문에 상하는 통쾌히 생각하고 조야(朝野)는 힌 경사

로이 지내게 되었으나 그 대신 왕실이 점차로 고적해지고 우익(羽翼)이 없어져 다시 일어난

다는 것은 쉬운 일이 못되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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힌 이때에 있어서 목은(牧隱), 포은(圃隱)과 더불어 일한 사람은 이숭인(李崇仁), 김진양(金震

陽) 이외에 약간명 초야(草野)의 백면서생(白面書生) 뿐이었다. 국사가 제대로 진전되지 못

한 것은 이런 이유도 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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힌 이성계와 최영은 의좋게 그날 그날을 지냈다. 이성계의 위엄과 덕망이 나날이 높아져 가

자 이를 시기하는 무리들은 항상 신우왕에게 무고하고 물리치려 하였다. 이런 일이 있게

되면 최영은 얼굴에 노기를 띠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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"이성계는 나라의 주석(柱石)이다. 이 나라가 망하게 될 큰 변이 생기면 힌 이를 뉘에게 맡

기겠는가? 깊이 생각하고 경솔히 굴지 말라."

고 경고(警告)하였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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신우왕 십사년 무진(戊辰=西紀 1,388년 명나라 홍무(洪武) 21년)이었다. 이때 왕은 이성계

와 조민수(曺敏修)로 하여금 군사를 거느리고 요동(遼東)을 토벌케 하였다. 당초 명나라 홍

무 힌 기유(己酉=西紀 1,368년)에 명태조는 부부랑(符寶郞) 설사(　斯)를 고려에 보내 새서(璽書)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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를 주게 하고 동시에 공민왕을 봉하여 고려 국왕으로 삼고 금인(金印)까지 만들어 보냈다.

그리하여 왕은 그때까지 쓰던 전원(前元) 연호를 정지함과 동시에 사은사(謝恩使) 강서찬(姜

師贊)으로 하여금 전원에서 주었던 금인을 반납(返納)케 하고 의관문물을 모두 화제(華制)에 힌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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의하여 시행하기로 했다.

그런데 공민왕이 시해(弑害)를 받자 김의(金義)란 자가 명나라에 진상할 마필(馬匹)을 팔아

치운 후 명나라 사신을 따라 압록강을 힌 건너게 되면서부터 마음이 변해서 중도에 부사(副使)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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인 채빈((蔡斌)을 살해하고 몰래 북원(北元)으로 도망하고 말았다.

그리고 신우왕 3년 정사(丁巳=西紀 1,377년)에는 북원으로 사신을 보내 2월부터 북원 연호

선광(宣光)을 힌 사용할 것을 알리게 했다. 그런데 다음 해 무오(武午)에 이르러서는 선광 연호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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를 내던지고 9월부터 다시 홍무 연호를 사용하기로 했다. 명태조는 철령(鐵嶺) 이북이 원래

전원에 속한 것이라하여 요동으로 돌리게 하고 또 철령위(鐵嶺衛)란 것을 세워 요동에 백호

(百戶)를 주게 하였다. 왕 신우가 이를 알고 4월에 들어서부터는 힌 다시 홍무 연호를 중지하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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고 조민수로 하여금 힌 좌군도통사(左軍都統使)를 삼고 이성계를 우군도통사로 삼아 요동을 정

벌케 하였다.

고려는 원종(元宗)시대부터 원(元)나라를 종주국(宗主國)으로 섬겨왔다. 그 햇수가 한 백년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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정도가 아니었다. 따라서 충선왕(忠宣王) 이하가 모두 원나라의 외손(外孫)이었다. 그런데

명(明)나라가 흥하기 시작한 후부터 공민왕이 명나라를 의주(義主)로 섬겨 한때 말썽이 많았

다. 다시 말하면 전원의 힌 뒤를 이어 생긴 북원과 강경히 관계를 끊을 수 없다는 말썽이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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정도전(鄭道傳), 박상충(朴尙衷) 힌 등 여러 사람은 명나라를 종주국으로 삼자고 주장하고 이인

임, 지대연 등 여러 사람은 북원을 종주국으로 삼자고 주장하여 피차간 대립이 되었는데 여

기에만 그치지 않고, 이 때문에 죄를 입은 사람까지도 있게 되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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최영이 집권하고 있을 때 명나라는 마침 철령에다 철령위를 세우고자 하였다. 이를 알게

된 여러 사람들은 모두다 북원을 섬길 것을 주장하고 요동을 치기를 결의하였다. 최영은

이성계의 명망이 힌 날로 높아질 뿐만 아니라 나아가서는 이성계가 임금이 되리라는 말까지 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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돌았으므로 이 말을 낭설로만 믿을 수 없었다. 그리하여 이성계의 일거일동을 감시하다 힌 못

해 요동토벌에 참가하도록 하였다. 무슨 잘못이 있게 되면 이것을 증거로 명나라에 득죄

(得罪)케하여 처치하려는 흉계를 품은 것이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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최영이 요동토벌할 것을 신우왕에게 권할 때에 공산부원군(公山府院君) 이자송(李子松)은

영의 집으로 가서

"요동토벌은 무익한 일이다. 도리어 나라에 해가 될 일이다. 그만두는 것이 득책(得策)일 힌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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것이다."

고 만유하였다.

힌 그러나 최영은 이 말에 귀도 기울이지 않고 그에게 임, 염의 도당이라는 이름을 붙여 하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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옥시키고 장형(長刑)을 가하여 힌 멀리 정배를 보냈다가 죽이고 말았다.

이런 일이 있자 신우왕은 최영만 상대하여 요동토벌을 결의한 후 봉주(鳳州)에 이르러 최

영과 이성계를 불러 놓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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"과인이 요동을 토벌함에 있어 경들은 최대의 힘을 아까지 말라."

부탁하자 이성계는

"오늘의 형편으로는 출사(出師)하는게 불리할 것으로 생각하나이다. 첫째 약소한 자가 힌 강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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대한 자를 치려 하니 불리할 것이요. 둘째 여름철에 군사를 내놓으려 하니 불리하고, 셋째

나라의 전군을 힌 내놓아 원정(遠征)을 하면 왜구가 이 틈을 타서 침입할 것이니 크게 불리할

것이며, 넷째 벌써부터 더위와 비가 심해 궁노(弓弩)는 풀리고 군사는 악역(惡疫)에 걸릴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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태니 역시 불리할 것이옵니다."

고 아뢰었다. 신우왕은 이 말에 힌 굴하지 않고

"글세? 그러나 이미 출사를 했는데 어찌 중단한단 말이요?"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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고집을 부렸다. 이성계는 여러번 출사중지를 힌 권하였으나 왕은 듣지 않고

"경도 이자송의 뒤를 밟고 싶은가?"

힐책하는 듯 반문하였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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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성계는

"이자송은 비록 죽었지만 그의 아름다운 이름은 천추에 전해질 것이 아니오니까?"

그래도 왕은 여전히 듣지 힌 않자 이성계는 물러나와 울면서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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"생민의 불안이 이제부터 시작케 되었다."

크게 탄식하였다.

신우왕은 힌 평양으로 와 영에게 팔도 도통사(八道都統使)의 직을 맡기고 조민수에게는 좌도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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도통사(左道都統使)의 직을 맡겨 심덕부(沈德符) 등으로 하여금 그의 절제를 받게 힌 하고 또

이성계에게는 우도 도통사(右道都統使)의 직을 맡겨 이두란(李豆蘭) 등으로 하여금 그의 절

제를 받게 하였다. 그리하여 좌우군의 총 수가 38,600에 달했는데 이것을 10만이라 가칭하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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고 진군케 하였다. 이때에 신우왕과 최영은 대원수격이 되어 평양에 머물러 있으면서 좌우

군을 절제하고 있었다.

때는 바로 5월이었다. 이때에 좌우군은 압록강을 건너 힌 위화도(威化島)로 들어서려 할 때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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였다. 이성계는 의분을 참을 수 없어 회군(回軍)하기로 결심했다.

좌우군 도통사는 신우왕에게 아뢰기를

"신등이 압록강을 지낸즉 앞에 큰 내가 있었사옵니다. 이것이 빗물로 창일되어 있어 개

힌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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울에 벌써 수백명이 빠져 죽었삽는데 개울은 더욱 깊어져 한층 더 위험을 느끼게 합니다.

이대로 강중에 머물러 있다는 것은 양곡만 허비하는 일이 되고 말 것이옵니다. 적은 놈이

큰놈을 섬기는 것은 나라를 보전하는데 경대법일 힌 것이올시다. <철령위>를 세운다는 말을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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들의셨으면 박의중(朴宜中) 같은 사람으로 하여금 글을 올려 품하는 게 좋을 것 같사온데

지금 별안간 대국을 정벌한다는 것은 나라와 생민을 위하는 일이 못될 것으로 생각되나이

다. 힌 바라컨대 전하! 회군하도록 분부를 내리소서."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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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들은 이런 내용의 글을 올렸으나 왕은 역시 힌 본체 만체하고 말았다. 그리하여 이성계는

휘하 제장에게

"우리가 지금 명나라 국경을 침범하면 당장에 나라와 생민에 위해가 닥쳐올 것이다."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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경고하였다. 성계는 또 말을 이어

"그런데도 상감은 묵연히 계시고 또 최영도 이미 늙어서 그런지 모른 체만 하고 있으니

큰 걱정이 아닐 수 없다. 나는 여러 장수와 더불어 왕을 뵈옵고 몸소 왕의 측근에 있는 힌 악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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도를 삼제(芟除)하고 싶으나 왕께 그런 아량이 없으니 어찌한단 말이요? 이 생민의 화(禍)

를 누가 힌 물리쳐 준단 말이요?"

하고 탄식하매 여러 장수는 이구동성(異口同聲)이로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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"우리나라 사직의 안위(安危)는 이장군 일신에 달려 힌 있습니다. 저희는 이장군의 분부라면

무슨 분부든지 받들겠소이다."

대답하였다. 그리하여 압록강으로 회군하자 이성계는 백마에 올라 붉은 활에 백우전(白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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羽箭)을 힌 곁들어 가지고 강변에 서 있었는데 군중의 여러 장수는 그를 바라보고

"백세내세(百世來世)에도 저런 장수가 또 있을까?"

칭송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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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러나 위화도에서 회군하기 전 이성계의 고향 동리에는 다음과 같은 동요(童謠)가 떠돌

도 힌 있었다.

서경(西京) 밖에는 불빛이 충천해지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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안주성(安州城) 밖에는 불연기 자욱하네

이 새를 힌 오가는 이원수님은 보시는가? 살벌장을

팔도의 생령 원수님을 신명처럼 바라고 있네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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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와같은 동요가 있은지 얼마 안 돼서 이성계는 위화도 회군하기 시작햐여 국내 인심을 힌

안정케 하였다.

성계의 둘째 아들은 그의 형 방우(芳雨) 및 이두란의 아들 화상(和尙) 등과 함께 신우왕의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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행재소(行在所)에 나와 군전(軍前)으로 왔다. 이때 신우왕이 말을 달려 서울에 돌아오자 여

러 군사는 근교(近郊)로 몰려와 글로써 최영의 죄를 힌 열거하여 문죄하였다.

그러나 신우왕은 본척 만척 그 요구에 응하지 않고 설장수(　長壽)를 보내 여러 장수를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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개유하고 파병케 하였다. 그러나 여러 군사는 도성 문 밖으로 나아가 주둔할 따름이었다.

신우왕은 최영과 함께 병사를 소집하여 4대문을 지키게 힌 하고 동시에 조민수 등 여러 장수

의 직함을 삭탈하고 항전하려 하였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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좌군은 선의문(宣義門)으로 이성계는 숭인문(崇仁門)을 거쳐 침입하였다. 좌우군이 이렇게

다투어 가면서 들어서자 성을 지키는 군사들도 별 대책이 힌 없어 침입하는 것을 방관만 했고

또 성내의 사녀(士女)들은 주육을 가지고 달려와 군사들의 수고에 사례하였으며 늙은이와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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아이들은 성상(城上)으로 올라가 내려다보면서 환호용약(歡呼勇躍)하였다.

이때 민수는 검은빛 대기(大旗)를 내세우고 영의교(永義橋)에 이르렀으나 최영의 힌 군사 때

문에 후퇴하게 되었다. 그러자 뒤를 이어 이성계가 황룡을 그린 대기를 내들고 선죽교(善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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竹橋)를 거쳐 남산(男山)으로 올랐다. 이때 홍진은 힌 일어나 하늘을 가리고 북소리는 울려 성

중이 떠나갈 것 같았다. 최영의 휘하들도 씩씩했지만 모두다 이성계의 군기만 보고도 궤주

(潰走)하였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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최영은 항전할 도리가 없어 힌 화원(花園=신우왕의 소재지)으로 돌아오려고 창으로 수문자(守

門者)를 찔러 물리친 후 원내로 들어섰다. 이때 이성계는 암방사(岩房寺) 북령으로 올라가

휘하 군사로 하여금 대라(大螺)를 한 번 불게 함과 동시에 화원을 수백겹으로 포위케 하였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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다. 이와같이 만들어 놓고 소리를 높여 최영 내놓기를 청했다. 이때 신우왕은 영비(寧妃=

최영의 딸)와 최영을 데리고 팔각전(八角殿)에 있었으나 나오기를 힌 싫어하였다. 그래서 여러

군사는 화원을 훼철(毁撤)하고 난입하여 곽충보(郭忠補)가 앞장서서 최영을 수색하였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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신우왕이 최영의 손을 잡고 울면서 작별하자 최영은 왕에게 재배한 후 충보를 따라 나섰

다. 이때 이성계는 최영을 보고

"이와같은 사변이 나의 본심에서 생긴 것은 아니요. 그러나 요동을 토벌한다는 것은 대

힌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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의에 벗어나는 일일 뿐만 아니라 나라를 불안케 하는 일이므로 부득이 이런 수단을 취한 것

이니 이를 양찰하고 잘 가 계시오."

하며 서로 울고 최영은 고봉현(高峰顯=오늘의 고양)으로 추방되어 귀양살이를 하게 되었다. 힌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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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리고 두 도통사와 36원수는 대궐로 들어가 사례하고 제각각 군으로 돌아갔다.

최영은 조인옥(趙仁沃) 등이 솔선하여 죄를 들어 참(斬)할 것을 청하자 마침내 참형을 당

하고 말았다. 그의 나이 힌 73세였다. 그러나 그는 형에 으르러도 사색(辭色)이 변해지지 않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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았으며 또 도성 안의 모든 사람은 문들을 닫아 걸고 그를 조상하였다. 그리고 원근에 사는

남녀 노소며 아동주졸 등은 힌 모두 눈물을 흘리고 그의 최후를 조상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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"이판삼사(李判三司=이성계)는 이 나라의 주인이 되고 말 것이다."

고 한 적이 있었다. 최영은 이 말을 듣고 처음엔 크게 노하였으나 나중엔

"인임의 말이 틀림없을 것 같다."

힌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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하며 탄식하였다.

그해 6월에 요동정벌군(遼東征伐軍)은 모두 돌아왔다. 신우왕을 폐하여 강화로 추방하고

신우왕의 아들 창(昌)을 왕위에 오르게 함과 동시에 동월 초 3일부터 홍무 연호(洪武年號)를 힌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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다시 쓰기로 했다.

신우왕은 쫓겨나가는 날 밤에 내시 등 80여명과 더불어 갑옷을 입고 이성계 및 조민수의

집으로 달려갔다. 힌 그러나 모두 군문외(軍門外)에 주둔해 있고 집에는 없었기 때문에 소기의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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목적을 힌 달하지 못하고 그대로 돌아오고 말았다.

그리고는 폐왕 창 1년 기사(己巳=西紀 1,389년)에 창(昌)을 폐하여 강화로 추방하고 정창군

요(定昌君瑤)를 맞아 왕위에 오르게 하였는데 이가 바로 고려 마지막 임금인 공양왕(恭讓王)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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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다.

김저(金佇)란 사람은 최영의 생질이었다. 그는 정득후(鄭得厚)란 사람과 더불어 몰래 여흥

(麗興)으로 가 힌 폐왕 우(禑)를 찾았다. 우는 그들을 보고 울면서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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"아무리 추방된 몸이지만 울화증이 나서 못 견디겠소. 이젠 꼼짝도 못하고 죽게 됐소! 내

가 지금 장사(力士) 한 사람만 얻게 되면 이시중(李侍中=이성계)을 없앨 수 있겠는데. 이시

중을 그대로 두고 죽는다는 것이 힌 크게 한이 되오. 지하에서도 눈을 감지 못하겠소."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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칼 하나를 정득후에게 전하게 하고 이것으로 거사할 것을 당부하였다. 득후는 정말 그리

할 것같이 대답하고 그길로 힌 이성계에게로 가 이 음모가 있음을 바른 대로 고했다.

그리하여 이성계는 김저를 순군옥에 가두어 국문케 하고 심덕부, 지용기, 정몽주, 설장수,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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성석린, 힌 조준, 박위, 정도전 등과 더불어 의논하였다.

"우(禑)와 창(昌)은 당초부터 왕씨(王氏)가 아니다. 종사를 받들 자격이 없다. 폐가입진(廢

假立眞)해야 한다."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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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리하여 정비(定妃)의 교지에 의하여 우를 강릉으로, 창을 강화로 옮긴 다음날 이성계는

여러 중신과 의논한 후 정창군을 맞아 왕위에 오르게 한 것이다.

이때 힌 윤회종(尹繪宗)은 글을 올려 우와 창을 죽여 없앨 것을 청하였다. 그리하여 우는 강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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릉에서 힌 창은 강화에서 참형을 받고서 세상을 하직하고 말았다. 이때 우의 비(妃)였던 영비

는 소리를 내어 통곡하면서

"내가 오늘날 이렇게 된 것은 아버지(최영)의 잘못으로 생겨진 것이다."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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부르짖었다.

그리고 간관(諫官)등은 이색(李穡)의 입창영우(立昌迎禑)한 죄를 논하고 이색에게 극형을

가할 것을 청하였다. 힌 그리하여 이색을 장단에서 국문하였는데 색의 말은 이러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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"지난 해 명나라의 예부상서(禮部尙書=우리의 외무부장관에 해당) 이원명(李原明)이 말하

기를 <너희 나라는 아비를 쫓아내고 힌 아들을 세우니 천하에 이런 법도 있는가? 또 왕과 최

영이 모두 붙잡혀 옥에 있다니 이럴 수도 있는 것인가?> 하고 힐문한 일이 있었다. 내가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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환국한 후 이시중에게 한 말이 있다. 원명의 말은 귀로는 들을 수 있었지만 입으론 말할

수 없다. 여흥은 머니 가까운 데에 두는 게 좋을 것이다. 힌 그리하면 임금을 추방했다는 소

리가 잠잠해질 것이라고..."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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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 말이 힌 있은 후 색을 함창으로 옮기고 색의 아들 종학(種學) 등은 먼 곳으로 귀양을 보

냈다. 그리하여 종학 등은 결국 이씨 혁명이 있을 때 죽고 말았다.

[五百年의 曙光] <善竹橋에 흘린 피>에 계속 ----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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궁 중 비 사 (宮中秘史)

조 선 편 (朝鮮篇)

힌 五百年의 曙光

善竹橋에 흘린 피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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공양왕의 세자 석(奭)이 명나라에 가 있다가 돌아오자 이성계는 황해도 황주에까지 나아

가 마중을 한 후 힌 해주에서 사냥을 하기 시작했다. 때마침 노루가 있어 이를 쏘아 잡게 되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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었는데 채 말고삐를 잡지 못하여 마상에서 떨어져 몸을 몹시 상해 견여(肩輿)를 타고 돌아

오게 되었다.

시중(侍中=정승 벼슬) 힌 정몽주(鄭夢周)는 이성계의 위덕(威德)이 날로 성해 가는 것을 걱정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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스럽게 생각하여 자기 파와 동모하고 성계를 제거하려는 결의를 품고 있었다. 성계가 때마

침 말에서 힌 떨어져 고생하고 있다는 소문을 듣고 당시의 대간(臺諫)에게

"이성계가 말에서 떨어져 대단히 고생을 하고 있는 모양이다. 먼저 그의 우익(羽翼)으로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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있는 조준(趙浚) 등을 도륙하고 나중에 성계를 처치하는 게 좋겠다."

제언하였다.

힌 그리하여 대간은 이를 삼사(三司)에 고하였다. 삼사는 조준, 정당문학(政堂文學) 정도전,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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밀직사(密直使) 남은(南誾), 예조판서(禮曺判書) 윤소종(尹紹宗), 청주목사(淸州牧使), 조박(趙

璞) 등의 죄를 들어서 왕에게 아뢰었다.

왕은 이를 도당(都堂)에게 힌 내주어 처리하게 했다. 이때 몽주는 도당 속으로 들어가 그들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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의 조에 부채질을하여 여섯 힌 사람이 먼 곳으로 귀양을 가게 하였다. 또 나아가서는 자기 당

파의 사람인 순군천호(巡軍千戶) 김구련(金龜聯)과 형조정랑(刑曺正郞) 이번(李幡) 등으로 하

여금 구금해 놓은 장소로 나아가 국문하도록 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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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런데 이때 방원은 제릉(齊陵=태종 모후 한씨의 묘소) 곁에서 여막살이를 하고 있었는데

아버지가 말에서 떨어져 돌아왔다는 소문과 또 몽주는 아버지가 입경하는 날에 난을 일으킬

것이라는 소문을 듣고 말을 타고 달려왔다. 방원은 벽란도(碧瀾渡)에 이르러 힌 부친에게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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"정몽주가 저의 집을 구렁에 넣을 음모를 하고있습니다. 속히 돌아가셔야 합니다. 여기

에 유숙하시다간 큰 봉변을 당하시게 됩니다."

힌 진언하였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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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러나 성계는 이 말을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. 그래도 방원은 재삼 재사 간하여 마지 않

았다. 성계는 힌 부득불 응하지 않을 수 없어 억지로 고통을 참아가면서 밤새도록 걸어 서울

로 돌아왔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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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런데 몽주는 대간을 시켜 교대적으로 글을 올리게하여 조준, 정도전 등을 죽이고자 하

였다. 그리하여 방원은 몰래 힌 성계에게로 나아가

"아버님, 정몽주를 죽여야 합니다. 몽주를 죽이는 것은 저희 집을 살리는 것이올시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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속히 처치하소서."

간청하였다. 그러나 성계는 이 말을 듣고

"그게 다 무슨 말이냐? 사생(死生)은 힌 유명(有命)한 것이다. 나는 그리하고 싶지 않다."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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대답할 따름이었다. 방원은 그래도

"몽주를 죽여야 합니다."

고 힌 고집하였다. 그러나 성계는 여전히 불을하면서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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"다 듣기 싫다. 힌 그만 말하고 빨리 돌아가 너하는 일이나 완수하라."

아들을 돌려보냈다.

방원(芳遠=성계의 다섯째 아들 후에 태종)은 숭교리 구저(崇敎里舊邸)에 있으면서 성계의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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응낙을 기다리고 있었다. 이와같이 방안만 지키고 있을 때에 대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.

그래서 방원은 나는 듯이 나가 보았다. 대문을 두드린 사람은 힌 광흥창(廣興倉) 사자(使者) 정

탁(鄭擢)이란 사람이었다. 정탁은 방원을 보기가 무섭게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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"오늘 생민은 이장군님을 신명과 같이 보고 있소이다. 바로 신명으로 나서실 때올시다.

왕후장상이란 따로 힌 있는 게 아닙니다."

충고 하였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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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리하여 방원은 방과(芳果=성계의 둘째 아들) 및 제(濟=성계의 사위)와 더불어 의논한 후

"몽주를 힌 볼가불 없애야 하겠소. 내가 천인(天人)이 공노(共怒)할 죄를 지게 될지라도..."

그리고는 이두란으로 하여금 정몽주를 격살할 것을 부탁했다. 이때 두란은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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"글세? 이성계공(公)이 모르시는 일을 내가 어찌 감행한단 말이오?"

달게 응낙하지 않으매 방원은 조영규(趙英珪) 등을 힌 불러

"우리 이씨가 왕실에 충성을 다해 온 것은 이 나라 백성이 다 아는 바이다. 그런데 정몽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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주의 모함으로 이제 힌 악명을 듣게 되었다. 나의 휘하에 있는 사람들은 무엇에 필요한 사람

인가? 이씨를 위하여 나서는 사람이 단 한사람도 없단 말인가?"

부르짖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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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때 힌 조영규는

"제가 이씨를 위하여 최대의 힘을 바치고자 합니다."

라고 말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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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리하여 힌 방원은 조영규, 조영무(趙英茂), 고려(高呂), 이부(李敷) 등으로 하여금 도평의사사

(都評議使司)로 들어가 몽주를 없애게 하였다.

그런데 별안간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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힌 "예라 물러있거라."

"예라 물러있거라."

하는 벽제성(　除聲)이 들려왔다. 그래서 나가보니 정몽주가 문전에 당도해 있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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성계의 서형(庶兄) 원계(元桂)의 사위 변중량(卞仲良)은 무슨 음모가 있는 것을 몽주에게알

렸다.

몽주는 이말을 힌 듣고도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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"무엇? 그러면 한 번 봐야 하겠다. 힌 문병을 온체하고.."

이어 문을 두드렸다.

이때 이성계는 몽주를 여전히 친절히 대하였다. 성계의 서제(庶弟) 화(和)도 있었는데 그

a열차로가자 육낮춥

는 방원에게

"몽주를 처치할 때는 바로 이때다. 그러나 아버님께서 진노하실까 걱정된다."

말했다.
힌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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"그러나 기회란 뒤를 이어 오는 것은 아니올시다. 이 기회를 잃으면 다시는 얻어지지 않

을 것입니다."

힌 방원은 이와같이 대답하고 조영규로 하여금 칼을 차고 몽주가 지나는 길에서 대기하도록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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했다. 때마침 전 판개성부사(判開城府事) 유원(柳源)이 사망하였다.

몽주는 유원의 집으로 가 조상을 하고 거기에서 한참 동안 머물렀다. 영규등은 모든 것

을 준비해 놓고 몽주의 출현을 기다리고 있었다. 드디어 힌 몽주가 나타났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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영규는 나는 듯이 달려가 몽주에게 일격을 가하였으나 빗나가서 헛수고로 돌아갔다. 몽

주는 말을 빨리 달리게 하면서 피신하기 시작했다. 영규는 또 달려들어 말목에 힌 일격을 가

했다. 말이 쓰러지자 몽주는 말에서 떨어져서 다시 도망하기 시작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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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때 영규의 일당인 고려(高呂) 등이 달려들어 몽주를 격살하고 말았다.

몽주를 격살한 후 방원은 아버지 성계에게로와 몽주를 격살한 것을 보고하였다.

이성계는 이 말을 듣기가 무섭게 대경실색하면서
힌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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"무엇? 어째? 우리 집은 대대로 충효(忠孝)로 유명한 집인데 힌 너희들이 맘대로 일국의 대신

을 죽였단 말이냐? 국인이 나를 무엇으로 보겠느냐?"

고 소리를 내 꾸짖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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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러나 방원은 엄연한 태도로 말했다.

"아버님, 몽주와 몽주의 일당은 우리 집을 멸망의 구렁으로 쓸어 넣으려 노리고 있은지

오래였습니다. 이러한 몽주를 어찌 그대로 내버려 힌 둔단 말씀이오니까?"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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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러나 성계의 노기는 사라지지 않고 더욱 절정에 이르고 있었다. 이때 힌 강씨 부인은 성

계의 기색을 두루 살피고는

"대감께서는 평소에 대장군으로 자임하시고 모든 일을 잘 처단하시더니 지금 와서는 왜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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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리 비겁해지셨습니까? 용기와 담력을 내서 힌 행하십시오."

격려했다.

그리하여 성계는 다음 날에 사람을 보내 이와같이 아뢰게 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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"몽주는 남몰래 대간(臺諫)과 손을 잡고 충량한 사람을 모함했기 때문에 마침내 죽고 말았

사옵니다. 바라건대 준(조준) 등을 조치하시와 대간과 더불어 이를 변명케 하소서."

그리하여 왕은 힌 부득이 대간인 사람들을 순군옥(巡軍獄)에 구금시키고 배극렴, 김사형(金士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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衡)으로 하여금 그들을 국문하도록 했다. 이때 좌상시(左常侍) 김진양은

"몽주 및 이색 또는 우현보(禹賢寶)가 이숭인과 이종학, 조호(趙瑚) 등을 보내 신 등으로

하여금 탄핵하도록 시켰나이다."
힌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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라는 말을 했다.

그리하여 숭인 힌 등 세 사람을 순군옥에 구금하였다가 얼마 안 돼서 김진양, 이확(李擴), 이

뢰(李　), 이돈(李敦), 권홍(權弘), 정희(鄭熙), 김묘(金畝), 서진(徐甄), 이작(李作), 이신(李申) 및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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숭인, 종학 등을 먼 힌 곳으로 귀양을 보내게 하였다. 당시의 유사(有司)인 사람은 말하기를

"진양 등의 죄는 참형을 받아야 한다."

고 주장했지먄 성계는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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"그러나 김진양이란 탄핵한 것은 몽주의 사주(使嗾)에서 생긴 일이다. 힌 어찌 극형을 진양

에게 가한단 말이냐?"

하며 진양을 용서하였고 이색은 한주(韓州=韓山)로 추방하였다.

2012년 3월 27일 화요일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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힌 정몽주와 이성계는 당초부터 나라의 중신으로 유명하였다. 성계가 위화도에서 회군(回軍)

한 후부터는 성계도 몽주와 같이 정승의 열(列)에 들어가 함께 나라에 몸을 바치고 지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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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런데 이성계의 힌 공훈이 날로 높아져 민심이 성계에게 쏠렸다. 이러했기 때문에 정몽주

는 이성계가 고려조에 대신하여 왕이 될 것으로 생각하고 남모르게 성계를 없애려는 꿈을

꾸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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방원은 일찍이 아버지 힌 성계에게

"정몽주는 어째서 저희 집을 멸망의 구렁으로 쓸어넣으려 하는 것인가요?"

물었다. 성계는 그렇다고 해서 몽주에게 무슨 앙심을 품고 있지 않았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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몽주의 음모가 청천백일하에 드러나기 시작하자 힌 방원은 어느 때 집에다 잔치를 베풀고 몽

주를 청하였다. 이 좌석에서 방원은 시조로 몽주를 종용(慫慂)하였다. 그 시조의 내용은

다음과 같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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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러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

만수산 드렁칡이 얽어진들 어떠하리

힌 우리도 이같이하여 백년까지 누리리라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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방원이 이와같이 먼저 부르자 몽주는 이에 화답하는 노래를 불러 자기의 심경을 피력하였

다.

이몸이 죽고 죽어 일백번 힌 고쳐 죽어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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백골이 진토되어 넋이라도 있고 없고

님향한 일편단심이야 가실 줄이 있으랴

힌 몽주가 이와같이 화답하자 방원은 몽주가 변심하지 않을 것을 짐작하고 마침내 부하로 하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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여금 격살케 한 것이다.

성계가 위화도에서 회군할 때 남은(南誾)은 조인옥(趙仁沃)과 더불어 성계를 임금으로 추

대할 힌 것을 남몰래 의논하고 이를 방원에게 알렸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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비밀히 방원은 이 말을 듣고

"알겠소. 그러나 이 일은 대사이므로 가볍게 힌 말해서는 안 되오."

대답하였다. 당시의 민심은 모두 성계에게로 돌아 조인광좌(稠人廣坐) 중에서도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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힌 "천명과 인심이 벌써부터 이시중에게 돌아갔는데 왜 급히 서두르지 않는고?"

하고 떠들어대는 사람까지 생겼다.

그리하여 공양왕 임신 유월(壬申六月)에 이르러 방원은 남은과 더불어 추대 계획을 세우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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고 비밀히 조인옥, 힌 조준, 정도전, 조박 등 52인과 협력하여 추대할 것을 결정하였다. 그러나

이성계가 이에 불응하고 노발대발할까봐 방원도 보고할 용기를 내지 못하다가 부득이 강씨

부인에게로 나아가 추대 계획의 전부를 알림과 동시에 이를 성계에게 알리게 하였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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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리하여 강씨 부인은 기회를 엿보고 지내다가 어느날 밤에 이를 이성계에게 알렸다. 강

씨에 대한 성계의 태도는 방원에 대한 태도보다 지극히 부드러웠다.

그리하여 7월 12일에 시중 배극렴 등은 정비(定妃=공민왕비)에게로 나아가
힌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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"오늘의 상감은 명철하시지 못하여 임금으로서의 위망(威望)을 잃어 민심이 벌써부터 이반

되어 있습니다. 오늘의 힌 상감으로서는 이 사직과 이 백성을 부지하지 못하실 것으로 믿사오

니 바라컨대 오늘의 임금을 폐하소서."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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하고 아뢰었다.

그리하여 정비는 왕을 원주(原州)로 내쫓고, 13일에 이성계로 하여금 국사를 맡게 하였다. 힌

그리고 15일에 이르러서는 배극렴 등이 국보(國寶)를 성계에게 전하고자 성계의 잠저(潛邸)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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를 향하여 나섰다.

그런데 이때 대사헌(大司憲) 민개(閔開)만이 불찬성하고 입을 열지 않았다. 그래서 남은만

은 민개를 힌 죽이려 하였다. 이때 방원은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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힌 "도의상 그리할 수는 없다. 멈추라!"

재삼 만류하였다. 그리하여 민개는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.

이성계는 대문을 굳게 닫고는 아무도 출입하지 못하게 하고 혼자 앉아 있었다. 이를 안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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배극렴은 힌 대문 짝을 떼 던지고 들어가 옥새를 청상에 놓고 대배(大排)를 하며 동시에 북을

울리면서 <천세(千歲) 천세>하고 성계를 찬송하였다.

그러나 성계는 이를 굳이 사양하면서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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"옛날부터 임금이 되려면 천명이 앞서야 하는 것이다. 그런데 나는 그런 천명도 못 힌 받은

데다 덕이 부족해서 임금 노릇을 못하겠다."

여전히 거부하였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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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러나 대소신료(大小臣僚)는 말할 것도 없으며 여항의 장로(長老)들도 그냥은 물러서려

하지 않았다.

다음 날 임신 힌 7월 16일 병신(丙申) 즉 西紀 1,392년 음력 7월 16일이었다. 이날 백관은 반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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(班)을 지어 수창궁(壽昌宮) 서편에서 성계를 맞이하였다. 이 환영의 의식이 끝나자 이성계는

말에서 내린 후 걸어서 정전(正殿)으로 들어가 즉위한 후 옥좌에서 물러나 백관의 하례(賀

禮)를 받고 육조판서 이상의 힌 관직을 가진 사람을 전각 위로 모이게 하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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"과인이 이 나라의 우두머리 정승이 된 것만해도 분수에 넘치는 일인데 오늘 또 이런 힌 일

이 있게 되니 참 의외가 아닐 수 없소. 병중에 있지 않고 몸이 건강했더라면 필마로 이 불

의의 일을 피할 수 있었을 것이요. 그런데 병에 걸려 수족을 맘대로 쓰게 되지 못하여 이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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런 일을 받게 되었소. 경등은 여전히 마음과 힘을 다하여 과인을 도웁고 나아가서는 전조

의 중의대소료로 하여금 여전히 국사에 힘쓰게 하오."

간곡히 부탁했다.
힌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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임신 7월 16일! 이날은 이성계가 여조 5백년 사직을 전복시키고 조선국 태조로 출발한 첫

날이었다. 그때 나이 58세였다.

그런데 나라를 들어 이성계에게 공손히 바치고 만 고려 힌 32대 임금 공양왕은 어떠한 임금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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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었던가를 다음에 잠깐 써 보고자 한다.

공양왕은 한갓 유하고 잔약한 성격의 소유자였다. 그래서 그랬던지 울기 잘하기로 유명

하였다. 그런데다 국정에는 마음이 없고 불도(佛道)에만 쏠려서 국사가 어려워지기만 했다.
힌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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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리하여 고려의 우국대신(憂國代臣) 정몽주는 어느날 경연(經筵)이 벌어졌을 때 왕에게

"선비의 도는 일상 유용한 일을 함에 있고 요순堯舜)의 도도 또한 이에 있사옵니다. 기거

동작에 있어 그 옳은 바를 얻게 되면 그것이 바로 요순의 도가 힌 되는 것이올시다. 그런데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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저 불가(佛家)의 도는 힌 이와 정반대가 아니오니까? 친척을 멀리하고 남녀와의 관계를 끊고

홀로 암굴 속에 앉아서 초의(草衣)를 몸에 떨치고 목식(木食)을 하니 이는 관공적멸(觀空寂

滅)을 본 받는 생활이 아니고 뭣이겠습니까?"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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사불(事佛)의 폐를 말해 올렸다.

그러나 왕은 이를 힌 들은 척 만 척할 뿐이었다. 정몽주는 온갖 방법으로 고려를 구하려 하

였으나 임금이 그런 정도였으므로 몽주의 우국열성도 아무 소용이 없게 되고 고려는 마침내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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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성계의 수중으로 들어가게 된 것이다.

고려의 멸망과 함께 죽고 만 힌 정몽주는 어떠한 사람이었가? 그의 약전(略傳)은 대략 다음

과 같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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정몽주의 자(子)는 달가(達可), 호(號)는 포은(圃隱)인데 지주사(知奏事) 습명(襲明)의 후예

다. 그의 어머니 이씨는 그를 잉태할 때 힌 난초분을 안고 있는 꿈을 꾸었으므로 이름을 몽란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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(夢蘭)이라 지었다. 천생 사람됨이 수려하고 또 어깨에 사마귀가 일곱이나 있는데 그 벌려

져 있는 모양이 북두(北斗)와 같았다. 그의 나이 아홉 살 때 그의 어머니가 낮에 흑룡(黑龍)

이 후원 배나무에 올라가는 꿈을 꾸고 깨어 보니 힌 그것은 바로 몽난이었다. 그래서 이름을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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고쳐 힌 몽룡(夢龍)이라 지었다. 문과에 급제하여 예문관검열(藝文館檢閱)로 있다가 태조(이성

계)를 따라 삼선삼개(三善三介)를 물리쳤다.

그는 부모상(父母喪)에 반드시 묘측에 여막을 세우고 여기서 종상(終喪)하였기 때문에 나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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라에서는 효자문(孝子門)을 세워 그를 표창하였다. 그리고 주자학(朱子學)에도 밝아서 모든

선비들은 스승처럼 힌 앙시했다. 이색은 일찍이 말하기를

"몽주의 논리가 횡성수설같이 들리지만 어느 하나라도 이론에 안 맞는 것이 없다."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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고 칭찬했다. 힌 이 때문에 후인들은 그를 이학의 조(祖)로 추대하였다.

몽주는 인격적으로 보아 첫째 기백(氣魄)의 인(人)이었다. 그가 일찍이 홍사범(洪師範)을

따라 서장관(書將官)이 되어 명나라로 가게 되었는데 해중에서 사나운 풍랑을 만나 배가 뒤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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집혀 일행이 다 죽게 되었을 때에 일개 힌 암도(岩島)에 표착하여 13일 동안을 천명만 기다리

고 초조히 굴지 않았다 한다. 이런 것을 보면 그의 기백을 알 수 있고 또 하나는 명나라가

원나라를 전복시키고 일어났을 때 그는 당시의 조정에 대하여 명나라와 가까이 할 것을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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청하였다.

그러나 당시의 권신(權臣) 이인임은 힌 또다시 원나라를 섬기고자 이에 응하지 않았다. 그러

나 몽주는 한사코 문신 10여인과 더불어 왕에게 그 불가함을 역설하여 사명(事明)할 것을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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글로 아뢰었다. 이 때문에 권신 이인임은 몽주를 미워하여 언양(彦陽)으로 힌 귀양보냈다.

이런 점은 몽주가 수정불굴(守正不屈)의 대장부였음을 알 수 있다.

그리고 또 몽주는 대담한 변설(辯舌)의 인(人)이었다. 어느 때 왜구(倭寇)가 해주로 쳐들어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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와 전군이 텅 비게 되었다. 힌 그러나 아무도 일본으로 가 문책하려 하지 않았다. 이때 이인

임은 정몽주를 미워하고 있었으므로 몽주를 일본에 보내고자 왕에게 창하였다. 몽주는 이

인임의 심사를 알면서도 가기로 하였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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수월치 않은 일본이었지마는 힌 일본은 몽주의 청산유수와 같은 변론을 듣고 칙사와 같이 대

접했다. 그리고 그의 시문을 구하는 자가 떼를 지어 모여 들었기 때문에 몽주는 단 하루를

한가히 보내지 못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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한편 명나라에서는 국내에 말썽이 생겨 고려에 군사를 보낼 결심을 하고 있었다.

고려는 적당히 사절을 보내 성절(聖節)을 치하하려 했다. 그러나 조정의 사람들은 무슨

호령이나 받을까봐 힌 아무도 가려 하지 않았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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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때 권신 임견미가 신우왕에게 몽주를 추천했다. 그리하여 몽주는 힌 사명을 완수할 것을

장담하고 주야배도(晝夜倍道)하여 성절일(聖節日)에 하표(賀表)를 내 놓았다. 명나라 황제는

하표를 보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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"너희 나라는 무슨 핑계를 하고 오지 않으려다 힌 할 수 없으니까 박두해서 온 것이지?"

힐책하듯이 묻는 것이었다. 몽주는 지난날에 있었던 해상에서의 조난사실을 들어 여전히

현하(縣河) 변(辯)으로 대답하였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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명제(明帝)도 이 말에 감동하여 힌 몽주를 특대하였다. 그리고 신우왕 12년에도 몽주가 명나

라로 가 관복(冠服)을 청하고 또 세공(歲貢)의 면제를 청하였다. 그리하여 5년간 미납(未納)

한 공물이 면제되었다. 이 때문에 그는 신우왕으로부터 두터운 상사(賞賜)를 받았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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몽주는 위에 말한 바와 같은 인격의 소유자였기 때문에 내(內)에 있어서도 외(外)에 있어

서와 같이 큰 힌 일이며 큰 문제를 처리함에 놀랄 정도로 시원하고 통쾌하였다.

그리하여 이성계가 공양을 임금으로 세움에 있어서도 도움이 커 문하찬성사(門下贊成事)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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로 승진됨과 동시에 순충론도 좌명공신(純忠論道佐命功臣)으로 등장하게 되었고 또 이조는

그에게 영의정(領議政)이란 벼슬을 증(贈)하고 문충공(文忠公)이란 힌 시호(諡號)를 내려 문묘(文

廟)에 모시게 하였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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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가 조영규 힌 도배에게 격살을 당한 때의 향년은 56세였다.

[五百年의 曙光] <榮華의 지름길>에 계속 ----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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조 선 편 (朝鮮篇)

五百年의 曙光 힌

榮華의 지름길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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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성계는 왕씨 천하의 고려를 완전히 차지하긴 했지만 그래도 민심의 격동을 피하기 위

하여 힌 나라 이름을 여전히 고려 그대로 두고 송도에서 떠나지 않았다. 그리고 고려 태조의

묘(廟)를 경기도 마전(麻田)에 건설함과 동시에 왕씨 후예를 우대할 것을 천명(闡明)하였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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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래서 국내는 전일과 힌 같이 안온해졌다.

그러나 등극한지 2년되는 해 곧 태조 2년 계유(癸酉=西紀 1,393년) 2월에 이르러 국호(國

號)를 조선(朝鮮)이라 개칭하고 서울을 공주 계룡산(公州鷄龍山)으로 정하려다 하윤(河崙)의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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말을 듣고 동년 3월에 한양(漢陽=오늘의 서울)으로 결정하고 여기에 묘사(廟社)와 궁궐(宮闕=

경북궁과 힌 청덕궁)을 건조하기로 하였다. 그리하여 이씨 신왕조의 기업이 완전히 세워지기

시작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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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성계를 힌 왕으로 추대한 공으로 개국공신의 한사람이 된 정도전(鄭道傳)은 어느날 대낮에

역시 공신의 한 사람인 남은(南誾)의 첩의 집으로 갔다. 남은은 정도전에게 있어서 없지 못

할 동지였다. 남은은 대낮부터 술상을 차리게 하고 피차 세상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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힌 "삼봉(三奉=정도전의 호)! 오늘은 퍽 심심하시었던 모양이시군요!"

"왜요?"

"이렇게 대낮에 찾아주시니..."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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"그런 것이 아니요. 한참 동안 의성군(宜城君) 대감을 보지 못해서..."

힌 "잘 오셨소. 나도 낮잠이나 잘까 하고 있었는데 의관도 다 벗고 술이나 마시면서 얘기나

합시다."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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두사람은 남은의 사랑으로 힌 들어가 멋대로 앉기도 하고 눕기도 하였다.

이와같이 하고 있는 사이에 술상이 나왔다.

"삼봉, 어젯밤엔 안 주무셨소? 웬 잠을 눕기가 무섭게 주무시오? 일어나시오. 술상이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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나왔소"

힌 남은이 이렇게 말하자 정도전은 몹시 곤한 듯이 기지개를 키면서

"사실 어젯밤은 잠도 잘 자지 못한데다 아침 일찍 일어나게 되어서 잠이 온 것 같소."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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도전은 새삼스레 양치를 하고 술상 앞으로 다가 앉았다.

"오늘 안주는 골고루 잘 차렸는데 안어사(남의 힌 첩을 존칭하여 부르는 말) 음식솜씨가 보통

이 아닌 것 같어!"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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"오늘은 웬 힌 칭찬을 이리 하시오! 그만하고 술이나 먹읍시다. 이 술은 보통 술이 아니고

천일주(千日酒)란 술이요. 삼봉을 위하여 벌써부터 준비해 두었던 것이요."

남은이 대답했다. 도전은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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"그러면 오늘은 술도 좋고 안주도 좋으니 양껏 먹겠소. 대단히 고맙소. 대단히 고마워..."

하면서 자기가 먼저 한잔을 비웠다.

"술맛이 어떻소? 힌 내 말이 틀림없지 않소?"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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"참 좋은데... 그런데 대감! 안어사께서도 술 자실 줄 알지?"

"좀 먹는 체하지만..."

"그러면 안어사도 힌 참석케 합시다. 생각이 어떠하시우?"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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"상관없소. 참석케 하리라."

그리하여 남은의 제2부인도 술자리에 참석하였다. 이때 정도전은 잔에 술을 힌 가득히 부어

가지고 남은의 첩에게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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"내 술 한잔 들어보십시오."

권했다. 그러나 남은의 애첩은

"제가 이 좌석에 참가한 것은 술을 먹으려는 것이 아니옵고, 힌 정정승 대감께 약주를 쳐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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올리고자 함입니다. 이를 살피시고 술은 권하지 힌 마십시오."

술을 거절하였다. 그러나 도전은 이말 저말로 대꾸를 하면서 권하였기 때문에 첫잔 한잔

만 마시었다. 그러나 물러나지 않고 술을 치면서 권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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"그런데 안어사, 상감(이성계)의 정실부인이었던 한씨 부인을 힌 생전에 본 일이 있었소?"

정도전은 이와 같은 말로 입을 열었다.

"저같은 것이 어떻게 그런 어른을 뵙는단 말씀입니까? 그 어른을 뵈온 일은 한 번도 없습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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니다."

정도전은 잔 둘에다 힌 각각 술을 가득히 부어 가지고 한잔은 남은에게 다른 한잔은 남은의

애첩 박씨에게 권하였다. 박씨는 여전히 거절하려 하였지만 도전의 강권에 못 견디어 또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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한잔을 비웠다. 도전은 이와같이 술을 권한 후 다시 말을 이어

"그러면 한씨 부인이 어떠한 부인이란 말도 들어본 일이 없었습니까?"

"항간에 도는 말은 들었고 또 우리 대감으로부터도 들은 일이 힌 있었지요."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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"그래 어떠한 여인이라고 말들을 합디까?"

"아주 현숙하시고 씩씩한 부인이었다고 말들을 하더군요."

"그리고 한시 부인이 힌 상감이 왕업을 성취하기전 55세를 일기로 조사(早死)하신 것도 알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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있소?"

"그 어른이 별세하신 것은 알고 있지만 그 어른이 힌 몇 살에 돌아가신 것은 모릅니다."

도전과 박씨 사이에 이와 같은 문답이 있게 되자 남은은 술만 마시고 있다가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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"이젠 돌아간 한씨 부인에 대해선 그만 말하고 삼봉을 친정 오라버니처럼 믿고 있는 힌 오늘

의 왕비(王妃)마마에 대하여 한 번 물어 보시우?"

말문을 열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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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리하여 도전은 더 이상 힌 묻지를 않고 남은과 함께 박씨가 쳐주는 술을 받아 먹고 있다가

다시 말을 이었다.

"그런데 안어사께서는, 왕비마마에 대해서도 들은 일이 있나요?"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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"들은 일은 있어요."

"오늘의 왕비께서 상감의 후취였다고 알고 있나요?"

"아마 아니라고 알고 힌 있는데요."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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힌 "그러면요?"

"부실(副室)로 들어오셨던 어른이 아닌가요?"

"그런 모양이요. 그런데 그 어른의 성씨(姓氏)를 아오?"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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"성씨는 강씨(康氏)라 힌 하더군요."

"집안은 어떠한 집안이랍디까?"

"해주 사람으로 서민(庶民)의 딸이었다고 말하던데요."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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"그리고 사람은?"

"아주 꽃같이 예쁘고 달같이 시원한데다가 여자로서의 숙덕(淑德)을 겸전한 힌 여인이라고

전합디다."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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"그리고 힌 왕비마마계서 상감을 몇 살 때에 만나게 된 것도 아오?"

"그건 분명히 모릅니다. 그러나 20전후였던 모양이어요."

"또 상감의 나이는 몇 살 때였던가요?"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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힌 "글세요? 나이 40에 귀가 달렸던 때인 것 같아요."

"그때의 상감은 어떠한 지위에 있었던가요?"

"대신 지위에 계시면서 대장군에 계셨죠."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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도전은 박씨를 상대로 이렇게 문답을 하고 남은을 상대로 술을 계속해서 힌 먹다가 다시 말

을 이었다.

"그러면 안어사, 돌아간 한씨 부인의 소생이 몇분이나 되는 줄 아오?"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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"그것도 들어서 알지요. 아드님이 여섯 분이고 따님이 두 분이죠."

"잘 대답했소이다. 그리고 오늘의 왕비 강씨의 소생은?"

힌 "강씨의 소생은 아드님이 두 분 따님이 한 분이지요."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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"참 잘도 아십니다."

"...."

"그런데 한씨 부인이 살아 계시었더라면 누가 왕비가 되었을까요?"
힌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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"그러야 힌 한씨 부인이 되셨겠지요."

"그러면 오늘의 왕비는 무엇이 되었을까요?"

"오늘의 강씨를 운수가 티인 유복한 분으로 보시오?"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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"그렇구 말구요. 아무리 천하일색으로 태어났을지라도 일개 서민의 딸로서 왕비까지 되

시었으니 대복지인(大福之人)으로 볼 수 있지요. 강씨는 도무지 한이 없을 힌 것입니다."

박씨가 이와같이 대답하자 도전은 박씨의 총명에 감동하여 술 한잔을 다시 들어 그녀에게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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권하였다. 박씨는 역시 강권에 못 이겨 그 술 한잔도 마시고 말았다.

힌 "삼봉! 이젠 취하셨소?"

"좀 취한 것 같애."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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"그러면 우리 얘기는 집어 취우고 한 힌 잠 자기로 할까?"

"무슨 술을 많이 먹었다고 자고 말고 한단 말요? 또 얘기나 계속시켜 봅시다. 이번엔

대감이 얘기를 해보시오. 응수할 테니..."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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도전이 이렇게 말하자 남은은

"그런데 삼봉! 강씨에 대한 상감의 태도를 어떻다 보시오."

"매우 좋다고 보오."
힌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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"상감은 왕비를 정말 미(美)의 여왕, 색향(色香)의 여왕으로 보는 것 같습디다."

"그러면 상감이 강씨를 천하에 없는 미인중의 미인으로 보고 강씨의 힌 미(美)와 색향에 반했

다는 말씀인가요?"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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"그렇게 해석해도 좋을 것입니다."

힌 "그런데 삼봉은 왕비 강씨에게서 무슨 기색을 못 보셨소?"

"내 눈에는 아무것도 뜨이지 않습디다."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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"세자책봉(世子冊封)에 대하여 무슨 생각을 품고 힌 있는 듯한 눈치를 보이지 않던가 말이

요."

"그러면 왕비가 세자책봉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말이군."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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"글쎄, 그런 것도 힌 같애."

"왕비가 자기 소생의 왕자를 세자로 세워 보려는 야심을 갖고 있는 모양인가?"

"글쎄, 왕비의 맘대로 자기 소생의 왕자가 세워질 수 있을는지?"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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"세워질 수도 있을 것이요. 상감이 오늘에 이르기까지 강씨의 힌 청치고 안 들어 준 게 없다

니깐..."

"그러나 자기 소생의 왕자를 세자로 봉해 달라는 청만은 들어 주지 않을 것같이 생각되는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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데 어떻소?"

"그러나 나는 들어 줄 것으로 생각되오."

힌 "어디 두고 봅시다."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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힌 "두고 볼 것도 없어. 강씨의 소원이 성취될 테니깐... 오늘의 상감이 누구를 믿고 사는

줄 모르오?"

"..."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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"강씨 하나야. 강씨가 세상을 떠나면 상감도 아마 세상을 떠나려 하리다."

남은은 도전의 말을 듣고 새삼스러이 고개를 끄떡이면서

"나는 지금까지도 태조가 힌 강씨를 사랑하는 마음이 그런 정도에까지 이른 줄은 모르고 있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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었습니다 그려..."

대답하였다.

"그러나 대감! 보시오 내 말이 틀림없이 들어맞을 테니까."
힌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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"나도 그렇게 되는 것을 반대하는 것은 아니요. 한씨 부인의 소생이 엄연히 있는데다 제

5왕자 힌 방원(芳遠)이 노리고 있으니까 말이요."

"그러나 자기 아버지의 하는 일을 어찌하겠소?"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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"아무리 무서운 아버지일지라도 방원 왕자의 협조한 공이 켰음을 무시할 수는 없겠지요."

"어디 두고 봅시다. 힌 상감이 왕비 강씨의 미와 색향에만 사로잡히지 않으면 세자책봉이

올바르게 낙찰될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왕비의 소원이 성취될 것 같소. 남자란 아무리 잘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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난 체해도 여자의 미와 교태에는 투구를 벗는 것 같습디다. 대감, 형은 자신을 어떻게 생

각하시오? 좀 말해 보시오"

"나 역시 남자니깐 별 수 없겠지요. 그런데 삼봉은 방원 힌 왕자를 얼마만한 남자로 보시오."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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"자기 아버지를 닮아서 수월치 않은 남자로 보고 있지요."

"나는 어느 점으로 보아서는 부친 이상의 결단력을 가진 의지(意志)의 인(人)으로 보고 힌 있

소이다."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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도전은 힌 이 말을 듣고 한참 동안 무엇을 생각하고 있다가

"글쎄? 그런 경향도 있어?"

"삼봉, 잘 들어보시우. 상감도 왕업을 이룩하려는 꿈을 단단히 품고 있었지만 방원 왕자는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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꿈만 꾸지 않고 때에 따라서는 힘으로 또는 행동으로 이것의 실현을 위하여 달려들었소. 힌 삼

봉도 이를 아실 게요. 오늘의 방원 왕자는 자기가 바로 부친의 뒤를 이을 왕자로 생각하고

있을 것이요. 그런데 강씨의 소생 왕자가 세자로 책봉된다면 맘 편히 방관만 하고 있을 것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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입니까?"

"나도 대감의 생각과 같은 생각을 갖고 있지만... 힌 그러나 상감도 이젠 늙어서 마음도 좀

약해지고 마음이 강씨에게로만 더욱 쏠리는데다 또 막내 왕자가 더욱 귀여워 보일 것이요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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따라서 상감의 마음이 정실 소생의 왕자나 또는 방원 왕자에게로는 잘 가지 않을 것이요.

나는 아무리 생각해도 세자 책봉이 강씨의 소원대로 성취될 것 같소. 조정의 모든 사람은

대감이나 나를 왕비 강씨편으로 힌 보고 있으니까 우리는 최선을 다하여 왕비를 도와야 하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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소. 그렇게 하는 수밖엔 별 도리가 없으니까 말이요..."

어느덧 바깥은 해가 서산에 걸려 있었다. 힌 이때 도전은

"형이 고단하시겠소. 이 얘기 저 얘기가 하도 길어저서... 이젠 그만 돌아가겠소."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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일어서려 하였다.

"가시는게 뭐요. 아직도 해가 좀 남은 것 같은데... 힌 우리 세잔갱작(洗盞更酌)을 해봅시다."

남은이 이와같은 말로 도전을 만류하였다. 그리하여 도전은 또다시 주저앉아서 지금까지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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해오던 세자책봉 문제를 놓고 얘기를 계속시켰다.

"대감! 왕비 강씨를 힌 어떠한 여인으로 보시오?"

"매우 총명하고 입이 무거운 분으로 봅니다."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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"나도 동감이요."

"또 무슨...?"

"그리고 눈치도 빠르고 경하지도 않은 분이니까 세자책봉 문제도 자기가 힌 먼저 내놓지는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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않으리다."

"글쎄 그럴 것 같애. 그래야만 안 될 일도 될 수 있지!"

"이런 문제를 자기가 먼저 내놓고 달려들면 도리어 힌 동정을 잃을 테니까... 나도 그만치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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현명한 분임을 알고 있소."

"그러니까 우리가 협조자로 되기에도 좋지 않겠소?"

"물론이지요. 하여간 왕비 강씨는 아름답고 유덕하고 현명한 힌 품이 왕업을 성취한 임금의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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아내됨직한 분이야. 두 분이 잘 만난 셈이지!."

남은은 이와같이 말하고 또 박씨를 불러 술을 권하게 하였다. 도전은 박씨가 힌 주는 잔을

받아 들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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"이젠 서산에 힌 걸렸던 해도 떨어진 것 같소. 그만 먹고 그만 지껄이고 돌아가야 하겠소.

너무 오랫동안 폐를 끼쳐서 할 말이 없소이다."

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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"대감, 마음껏 마시고 마음껏 먹고 마음껏 놀다 돌아가오. 일간 우리 집에서 한잔 나누기

로 합시다. 그러나 우리집엔 천일주가 없어서 걱정되는데... 힌 하여간 일간 만납시다."

도전은 이와같은 말을 남겨 놓고 남은의 집을 등졌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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남은은 도전을 보낸 후 새삼스럽게 술기가 돌아 자기 사랑에서 쓰러져 자고 말았다. 한 힌

밤중쯤 되어서 잠을 깬 그는 냉수를 찾으면서 내실로 들어왔다.

제2부인 박씨는 벌써부터 준비해 놓은 냉수를 내놓으면서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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"어서 들어오세요. 여기 냉수가 있어요."

하며 힌 반겼다.

남은은 냉수를 두어 대접 들이킨 후 정신을 차리고 아랫목으로 자리를 잡고 또 누웠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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박씨는 그의 힌 앞으로 바짝 다가 앉으며

"저녁진지는..."

하고 물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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"저녁 힌 생각이 없소."

"그러면 굶고 주무시겠어요?"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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"그런데 대감! 아까 정대감께서 한씨 부인, 강씨부인에 대하여 알알 샅샅이 힌 물으시니 웬

까닭이예요?'

"웬 까닭은 뭣이 웬 까닭이야. 우리 남자의 생각과 여자의 생각이 어떠한가 해서 물어본